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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의 종지와 근본 정신을 간결하게 표현한「불립문자」,「교외별전」이란 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의 참된 의미를 바로 알지 못하고 임의대로 편리하게 이용하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실천불교인 불교의 근본적인 종지로 자주 강조되는「불립문자」,「교외별전」이란 말은 결코 차원 높고 깊고 신비한 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말은 아니다.
문자를 세우지 않는다고 하는 의미의「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말은 붓다의 경전이나 조사의 어록을 읽고 배우고 하더라도 문자에 천착하거나 얽매여 시종(始終) 문자에 집착하고 몰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러한 경전이나 어록의 문자에서 가르치고 있는 참된 정신을 체득할 것을 강조한 말이다. 그리고 깨달음을 통한 진리의 세계는 언어나 문자로 설명하거나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이다.
또한 부처님이 설하신 경전 이외에 불법의 참된 정신은 마하가섭에게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래되었다고 주장하는 선종의 교외별전(敎外別傳)이란, 종교의 진수인 체험의 세계를 경전의 문자나 언어를 매개로 하여 머리로 이해하는 정도의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그 가르침의 참된 정신을 체득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 교실에서 수영 실습하는 이야기를 한 가지 예로 들어보자.
초보자가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수영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理論)을 배워야 한다. 즉, 인간은 어떻게 하여 물에서 뜨는 것일까? 헤엄은 어떻게 치는 것일까? 또한 빠른 헤엄과 느린 헤엄과의 다른 점은 어디에 있는가? 등등...... 이러한 수영에 대한 기본 이론은 수영의 안내서나 수영 선수의 설명이나, 혹은 실제로 헤엄치는 것을 보거나 수영 선수의 수영하는 모습을 촬영한 분해 사진 등의 자료를 모아 연구한다면 비록 자신이 실제 전혀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상당한 수영의 이론가, 전문가, 혹은 연구자는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수영하는 방법이나 기술, 묘기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는, 실제로 물 속에 들어가서 헤엄을 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사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수영이론이 올바르고 정확하면 수영을 배우는 사람에게도 유익할 것이며, 수영으로 대성을 꿈꾸는 선수라면 반드시 안내서나 코치의 뛰어난 지도와 수영이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이야기를 불교의 경전(깨달음의 이론)이나 깨달음(체험)으로 바꾸어 생각해 보자.
교외별전의「교(敎)」는 이런 경우 수영에 대한 이론이며,「별전(別傳)」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 물 속에 들어가서 수영하여 그 이론을 몸으로 직접 체득하는 것이다. 선불교에서의 경전이나 어록은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한 선불교의 이론이며, 이를 지남(指南)으로 하여 직접 좌선의 실천으로 그러한 깨달음의 경지를 체험으로 얻고 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물 속에 들어가서 직접 수영을 하는 것과 같이, 선은 이론을 통한 머리로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실제로 실천하는 것을 본령(本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하고 넘어갈 것은「교외별전」이라는 말은 부처님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이 가섭에게 마음과 마음으로「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해진 것이라는 선종의 전등 법통설의 지나친 주장과 함께 어떤 신비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교외별전」이라는 말을 그대로 직역하면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석가모니 부처님이 45년간 중생 교화를 위해 한 평생 설한 종교사상(경전의 정신) 이외에 또 달리 수제자인 마하가섭에게 특별히 마음으로 전한 불교의 진수가 있다」고 하는 의미인데, 여기서 단호하게 말하지만 절대로 그런 것은 없다. 부처님의 종교사상이나 불교의 모든 정신은 모두 경전에 설하고 있는 그대로이며 이러한 경전의 정신을 체득하는 실천적인 불교 운동을 새롭게 전개한 것이 중국 선종의 입장이다.
따라서 선의 어록도 불교의 경전을 토대로 한 조사들이 스스로 체득한 깨달음의 세계를 설한 것이다. 부처님의 종교란 정신뿐만 아니라 조사들의 사상과 종교도 모두 경전이나 어록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그러한 종교에 귀일(歸一)하는 선불교의 실천의 정신과 그 방법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경전이나 어록을 무시하고 불교나 선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필자가 여기서「선불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조사선에 있어서 도의 정의라고 할 수 있는 마조도일의 유명한「평상심이 바로 도(道)이다」라는 말처럼 선불교의 진리는 결코 비밀리에 전하거나 어떤 신비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일상생활 그 위에서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인간이 어떻게 하여야 그러한 평삼심이 도(道)인 그러한 세계를 체득하여 완전히 평범한 일상생활에 실행할 수 있을까? 선은 그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조당집』권16 위산장에, 위산이 제자인 앙산을 향해 말했다.「혜적(慧寂)수좌야! 선은 모름지기 곧바로 올바르게 배워야 한다.」앙산이 이에 대답하고는「어떻게 배워야 합니까?」라고 질문했다. 선사는「단도직입(單刀直入;곧바로 깨달아야 한다)으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조사선의 선학 문답인데, 여기에서 선을 배운다는 것은 선의 학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의 실천을 말한다. 위산의 '곧바로 깨달아야 한다.(單刀直入)'는 말은 본래 돈오선의 대성자인 하택신회의 말인데, 일체의 사량 분별을 떠나 곧바로 매사의 일상생활에서 평상심을 그대로 전개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순일무잡(純一無雜)하여 그대로 순수하기에 또다시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을 일상생활에 조작없이, 작위성 없고 숨김없이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를 전부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인간 누구나가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성스러운 불성(佛性)인 본래심을 마조는 평상심이란 말로 바꾸어 평상심으로 전개하는 인간의 일상생활 그 전부를 진실된 도의 구현으로 승화하도록 주장한다. 이것이 선불교의 참된 정신이며 본질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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