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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의 입장에서 이러한 사실을『조당집』제 4권에 '약산유엄선사'와 '이고'와의 도(道)에 대한 선문답(禪問答)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이고'가 지방으로 좌천되어 낭주자사(郎州刺史)로 있을 때의 일이다. '이고'는 낭주 지방에서 약산유엄(藥山惟儼) 선사가 훌륭한 고승이라는 소문을 듣고 그의 가르침을 받고자 한 번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갔다. 때마침 유엄선사는 의자에 앉아 경전을 읽고 있으면서 자사인 '이고'가 찾아온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고 손님을 맞이하려고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유엄선사의 태도에 약간 불쾌한 '이고'도 일부러 인사도 하지 않고 깔보는 말투로 말했다.「가까이 와서 얼굴을 보는 것보다 멀리서 소문으로 이름을 듣는 편이 훨씬 좋았군!(見面不如千里聞名)」이때 선사는 갑자기「이고!」라고 큰소리로 자사(刺史)의 이름을 불렀다. '이고'는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곧「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사는 말했다.「어찌 당신은 귀만 귀중히 여기고 눈은 천대시하는가?(何得貴耳賤目)」
다시 말해서「자네는 귀만 잘 신용하고 있었지, 자기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는 눈은 바로 동태처럼 생겼군!」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즉 멀리서 소문만 듣고 사람을 평가할 줄만 알았지 자기 눈으로 직접 도인을 보고도 도인인 줄 알아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는 썩은 눈을 가진 인물이군! 이라는 의미의 날카로운 비판이 내포된 한마디인 것이다.
이러한 유엄선사의 한마디에 '이고'는 정말 멀리서 들은 소문 그대로 위대한 고승임을 알고, 자세를 정돈하고 예의를 갖추어서 정식으로 곧장 엎드려 절을 하였다. 그리고 일어나면서「스님! 도(道)란 어떤 것입니까?」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유엄선사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또 다시 땅을 가리키면서「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에 있다.(雲在靑天 水在甁)」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이고'는 재차 놀랐다.
'이고'의 도를 묻는 질문에 약산유엄선사가「구름은 하늘에, 물은 병(甁)에 있다」라고 대답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중용(中庸)』제 12장에「군자(君子)의 도(道)는 다양하게 작용(費)하면서도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隱).」라고 하고, 이 말에 이어서 그 도(道)의 작용을 실증(實證)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시를 인용하고 있다.
『시경(詩經)』에 말하기를「솔개(새)는 공중을 날고 고기는 연못(물) 속에서 춤춘다.」이 말은 도(道)가 언제나 쉼이 없이 작용(費)하면서도 감추어져 있는(隱) 그 사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즉 새는 허공을 날아가고 있고, 고기는 활발하게 물 속에서 놀고 있는 그것이 다름 아닌 도(道)의 작용인 것이다.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 도(道)가 실제 이렇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례로써 설명하고 있다.
약산이 '이고'의 질문에「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라고 도(道)의 본질을 말하고 있는 것은『시경(詩經)』에서 말하고 있는 도의 본질적인 작용을 그대로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道)가 감추어져 있다고 하지만 단순히 추상적인 원리가 아닌 것이다. 도(道)는 항상 구체적인 형태(모양)를 취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순간이라도 그 형체에 머무르지 않고 순간이라고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도의 작용(作用)이란 반드시 작용하는 불변의 이치(理致)가 있는 것이다. 감출 수 없는 불변의 이치가 있는 것이다. 감출 수 없는 불변의 이치가 그 작용 속에 있다.「새가 하늘을 날고 물 속에 들어가서 살지 않는 것이며, 고기가 물 속에서 놀뿐이지 하늘에 오르지 않는다.」,「구름은 하늘에 있지 병 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며, 물이 병 속에 있지 허공에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일체의 모든 존재는 결코 제멋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특성과 개성에 따라 어떤 환경과 질서정연한 자연의 법칙성을 유지하면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존재가 각기 각자의 본질성과 속성, 질서나 법칙성을 벗어나면 죽고 마는 것이다.
도(道)란 이러한 모든 존재가 각자의 본성에 의해 존재하고 있는 자연의 본질성이며 법칙성인 것이다. 이러한 도(道)의 작용은 결코 단순히 움직이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작용될 수 있는 불변의 이치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존재가 살아있다는 것은 그러한 불변의 이치를 이탈(離脫)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변의 이치(理致)인 도(道;性)를 벗어나서는 죽어버리고 만다. 마치 새가 물 속에 들어가고 고기가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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