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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판화가 이철수씨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해우소를 알리는 표시로 어떤 아낙네가 엉덩이를 까고 시원하게 볼일을 보는 판화작품이 걸려 있었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은 금세 화장실인 줄 알지만, 어른들은 몇 번을 물어보고도 바로 찾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어른들은 화장실을 뜻하는 그 그림을 '심오한 작품'으로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단 한 번에 그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들었다.
선가禪家에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끝을 본다'는 법어가 있다.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는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가르침인 것이다. 그림자를 보고 그 사람을 다 보았다고 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그린 그림 위에 덧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보다 단순해진다는 것은 불필요한 지식이나 관념을 버린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사물을 잘 볼 수 있는 것은 축적된 경험이나 업식이 적어서이다. 어른들의 지나친 정보나 자기 과신은 섣부른 판단을 불러오고 그 기준은 좀체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지식이 필요하긴 하지만, 때로는 그 과다한 지식이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매몰시키고 건전한 사회구조를 파괴하는 악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삶의 기준을 외부의 지식에만 의존할 때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와 자기 언어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영혼이 없는 빈 껍데기를 자신으로 착각하고 본래 인간과 점점 소외되고 고립되어간다는 뜻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복잡하게 분별하고 따지면서 살아간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 단순하게 그 일에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지식의 군살을 버리고 단순해지면 그만큼의 널따란 여유와 사색의 공간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현진스님의 잼있는 스님이야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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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