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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승강기에서 내 뒷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어느 아파트의 승강기를 혼자 타게 되었는데 무심코 거울을 보다가 아주 생소한 내 모습을 비춰보게 되었다. 그곳의 승강기에는 거울을 여러 곳에 부착하여 서 있는 사람의 뒷모습까지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거울 속의 뒷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뒷모습이 익숙해질 때까지 살펴보고 또 살펴보았다.
그날 승강기를 내리면서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동안 앞모습을 보는 일에 열중했던 어리석음에 대한 뒤늦은 자조 같은 감정이었다. 뒤는 돌아보지 않고 자꾸만 보이는 모습에만 집착하고 사는 게 우리네 삶인 것 같다. 모두들 앞을 향해서만 정신없이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죽음도 등 뒤에서 살짝살짝 찾아오고, 불행도 뒤쪽에서 살금살금 다가온다. 그러나 뒤를 무서워하지 않고 돌아보지 않는 게 우리네 습관이다.
앞모습은 사람을 속이기도 하고, 가지가지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뒷모습은 정직하다. 앞모습이 가식의 얼굴이라면, 뒤통수는 본래 얼굴이다. 그래서 옛 스님들은 뒤를 잘 살피는 일이 최상의 수행이라 일렀다.
가끔 사람들이 내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고 말할 때가 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진다. 앞모습은 속일 수 있어도 뒷모습은 그렇질 않는 모양이다. 뒷모습이 초라해 보이거나 쓸쓸해 보이는 것은 인간적인 틈이 그만큼 많다는 뜻. 수행자는 모름지기 뒷모습도 거룩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스님들이 날마다 삭발하는 것은 뒷모습을 가식없이 살피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앞뒤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닐런지.
그렇다면 자신을 속이지 않는 뒷모습이 가장 솔직한 사람의 모습이다. 무엇보다 뒷모습을 잘 살피는 일이 앞으로 꼭 해야 할 진짜 일 같다.
('현진스님의 잼있는 스님이야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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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