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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법주사 대웅보전 한켠에 앉았다. 두 도반의 전강식傳講式이 이곳에서 치르어지기 때문이다. 자주 볼 수 없는 집안의 행사인만큼 사부대중의 관심이 남다르다. 금세 법당의 빈자리는 동이 나고 문설주까지 하객들로 메워졌다.
전강은 강맥講脈을 이어주는 중요한 의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선가에 불조심인佛祖心印을 제자에게 전하는 것과 같이 교학의 사자상승師資相承이 바로 전강식이다. 그러므로 교학은 전강을 통해 면면히 흘러왔고, 이렇게 형성된 강맥은 선맥과 더불어 한국불교의 등불이 되고 있다. 이렇게 따진다면 한 종문宗門의 대를 잇는 일이나 똑같다.
전강식에 서 있는 도반의 눈빛이 지극히 선하고 아름답다. 진정한 수행자는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치열한 구도의 현장이어야 하며, 일상 그 자체가 화두가 되어야 가능하다. 오늘 비로소 도반에게서 이러한 수행의 향기를 느낀다. 정진하고 탁마하는 도반의 모습은, 방일한 나에게는 언제나 잔잔한 가르침이다.
두 분 스님은 해인사 강원에서 함께 정진했던 동문이다. 그리고 강맥을 전하는 강주스님은 그때 모시고 살았던 어른이며 스승이다. 어찌 보면 참으로 지중한 인연이 있는 스님들이다. 혜남스님은 해인사에서 처음 강주를 맡으시고 <화엄경>을 강의하였는데, 그 시절에 우리 도반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니까 혜암스님이 배출한 최초의 제자가 우리였고, 오늘 전강식의 주인공인 두 도반이 상수上首였으니, 오늘의 전강은 그때 이미 예정되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두 도반은 근대 강맥의 큰 줄기였던 박한영 강백講伯의 법등을 이어 받게 되었으므로 교학의 한 줄기를 복원한 셈이다. 혜남스님께 전강했던 운기스님의 스승이 바로 한영 강백이기 때문이다. 두 스님 모두 출가 본사가 다르고 득도 은사가 따로 있지만, 공부의 분상에서는 한 스승을 모시게 되는 인연이 되었으니 참 부럽다.
두 스님이 전강을 받은 오늘, 법당 앞마당의 두 그루 보리수가 예사롭지가 않다. 두 그루 나무처럼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는 든든한 이정표를 세웠으면 좋겠다.
('현진스님의 잼있는 스님이야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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