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절 뜨락에는 오래된 모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동안 이 나무를 무심코 지나쳤는데 올해는 그 꽃그늘 아래에서 한참이나 서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모과나무를 보고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우선 너무 못생긴 과일이어서 놀라고, 향기가 너무 좋아서 놀라고, 그리고 맛이 너무 없는 것에 놀란다. 그런데 이번 봄에는 꽃이 너무 아름답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라고 말았다. 울긋불긋한 다섯 장의 꽃잎은 새색시의 볼처럼 붉고 수줍다.
못난 것 투성이라고 생각했던 모과나무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누구나 모과나무꽃을 보고 나면 그동안 모과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이나 편견이 사라진다. 예쁘지 않은 과일의 생김새도 그렇지만, 맛 또한 없어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했던 모과나무에도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거룩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나도 가끔 모과를 닮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디 하나 내세울 만한 인물도 아니거니와 대인관계에도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뛰어난 특별한 매력이 없었다고 믿었는데, 모과나무를 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 단점이 열 개인 사람도, 자세히 보면 한 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배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도 어느새 남들과 비교하는 일을 버릇처럼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때로 외모를 따지고 실력을 저울질하면서 자신이 세상의 기준이 되는 삶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미학 기준은 개개인이 길들인 시비분별의 번뇌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것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자기의 가치관으로 굴절시키고 윤색한다.
봄날 아침 모과나무 아래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비로소 깨달았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볼 때, 그 대상의 단점을 들추기보다 한 가지라도 감추어져 있는 장점을 칭찬하는 것이 아름다운 눈을 키우는 일이다. 그리고 누구나 모과나무처럼 아름다움 한 가지씩은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삶은 결코 불행하거나 초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과향기에서 거듭 배우고 싶다.
※ 개인적으로 현진스님은 해인사에서 3개월 가량 머물 때 뵙게 되었습니다.
해인사 포교국장 스님으로 계시는데, 늘 사람들을 편안하게 웃겨주십니다. ^^
'현진스님의 잼있는 스님이야기'라는 책도 그때 출판기념으로 선물받은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네요...^^:;
|
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