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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 불교에서 누구나 잘 알고 있는「불립문자(不立文字)」나「견성성불(見性成佛)」과 같은 선불교의 주장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선(禪)과 교(敎)에 대한 대립과 갈등만 증대시켜 놓았다.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이나 조사의 선어록을 읽으면 사량 분별심과 알음알이(知解)만 생기며 이것은 선 수행에 장애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전이나 어록을 읽으면 안 된다. 아예 읽지 말라! 혹은 읽지 않아도 괜찮다! 경전이나 어록은 불교의 초보자인 학인들이나 읽고 배우는 교학 불교인 것이지 상근기(上根機)로 조사의 정법을 체득하는 선 수행자들이 보는 것이 아니다」라는 왜곡된 주장으로 잘못 인식되어 있다.
따라서 많은 불교인들이 경전이나 어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짙어져버린 요인의 하나가 된 것도 사실이라고 하겠다. 왜? 무엇 때문에? 부처님과 여러 조사들이「불립문자 견성성불(不立文字 見性成佛)」을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또 이러한 극단적인 말을 강조한 필연성은 무엇인가?
그리고「불립문자」와「견성성불」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성실하게 경전(經典)과 어록(語錄)을 읽어가면서 어느 시대에 어떤 조사들이 왜 그러한 주장을 하게 되었는지, 그들이 이러한 극단적인 주장을 하게 된 본래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먼저 역사적인 입장에서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공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전이나 어록의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 올바른 선불교의 실천과 사유 방법을 체득하여 불퇴전의 신심으로 선수행과 실천의 길을 향해 곧장 나아갈 수 있으며, 또한 철저한 자각을 통한 자기 종교를 확립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즉, 부처님이나 여러 조사들이 한결같이 선불교의 슬로건으로「불립문자」라고 강조한 그 사실의 본질을 자기 스스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처님이 설하신 경전을 읽고 부처님이 설하신 참된 정신과 올바른 실천의 방법을 배우고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본인 각자가 수행과 체험을 통하여 직접 깨달음의 세계인 불립문자의 경지를 확인하고, 그러한 정신을 찾아내어 이제 자기 자신이 자신 있게 선불교의 정신은「불립문자」이다 라고 흉금에서 나오는 자기의 말로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약(藥)이 필요없다」는 것은 병(病)이 없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병(病)이 걸린 사람에게는 약이 꼭 필요하다. 병이 완쾌될 때까지 의사의 처방과 약을 옆에 두고 먹어야 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법을 수행하려는 사람이 경전이나 어록을 읽고 등불로 삼고 의지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불법을 수행할 수가 없다. 눈이 먼 장님에게 지팡이가 필수적인 것처럼, 불교를 배우는 사람에게 경전과 어록은 장님의 지팡이와 같이 필수적인 것이다.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불법을 알고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부처님의 말씀이나 조사 어록의 가르침이 필요 없을 때까지 언제나 옆에 두고 읽고 배워서 올바른 불교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등불로 삼고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
또한 자성이 본래 청정하고 부처님과 똑같은 지혜와 덕성(德性)이 구족된 우리들 각자가 부처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경전이나 어록을 통해서 자성(自性)이 부처인 그 사실과 성불할 수 있는 근거와 확신을 갖고 그 수행방법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이렇게 자기 스스로 납득할 수 있고 확고하여 조금도 의심이 없어야 부동(不動)의 초발심을 일으킬 수 있다. 확고한 신심으로 끊임없는 수행에 정진할 수 있는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들 스스로 각자가 불성을 자각할 수 있는 근거와 철저한 신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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