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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선사님께,
어떻게 지내십니까? 얼마 전에 스님을 다시 뵙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이 곳에서는 저희 모두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용맹정진에서도 강한 결속력을 보였고, 모든 사람들이 합심해서 예전처럼 책임감도 투철합니다. 아마 이 곳 선원 도반들의 의지가 너무 굳은 나머지 몇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더욱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 지난 수 년 동안 제 사고(思考)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온 어떤 것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스님께 여쭙고자 합니다. 지난 7~8년간의 과연 올바른 직업을 택했는가에 관해 의문을 가져왔습니다. 물론 어떤 것이 올바른 직업인가 하는 데에는 경제적인 부(富)나 흔히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저를 매우 유명하고 존경받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상도 받았으니 웬만큼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일을 진정으로 신뢰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회의는 지난 4년간의 통상적인 수행을 통해 더 분명해졌습니다. 지난 몇 년간은 아내를 학교에 보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는다는 것이 정말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일년 정도 지나면 아내도 졸업을 하게 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음악과 의학에 강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음악을 택했지만 지금은 큰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상황이나 처지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영속적으로 선의 가르침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완벽하게 믿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쓰고 있는 곡이나 과연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면 일에 대한 믿음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스즈끼 선사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바위를 움직 일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해야지, 혜성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저는 그 가르침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업이란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경향에 따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훌륭하고 청정한 법사(法師)가 되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여 중생을 제도하는 것 뿐입니다.
만일 몇 년 뒤에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면 제 아내에게 경제적인 짐을 안겨 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 것입니다. 제 아내는 의지도 강하고 제 뜻을 잘 따르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저는 열심히 수행하며 제 자신의 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계속 수행한다면 차츰 모든 것이 분명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는 이유는 우선 이전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다른 이의 정신을 가다듬는데 도움을 주고자 편지를 쓴 적도 없기 때문이며, 아울러 스님께서 이런 저에게 가르침을 주실 수 있다면 그러한 가르침을 받는 것이 한없이 기쁠 것이기 때문입니다.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쁘실 텐데 이 편지를 읽고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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