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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선사님께,
이전에 스님을 뵙고 오계(五戒)를 받은 바 있으나 이렇게 편지를 써서 저를 다시 소개하고, 스님의 제자기 되기를 정중히 여쭙니다. 저는 10개월 동안 법회와 케임브리지 선원의 용맹정진에 참가했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한 시간씩 집에서 좌선하고 있으며 가끔은 저녁에도 한 시간씩 좌선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스님의 가르침에 심취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고 나서 질문 드릴까 합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적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저와 몇몇 친구들은 집 근처에 있는 커다란 헛간의 지붕위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그 지붕은 아주 가파르고 높았는데 우리는 헛간 안으로 들어가 2층 창문을 통해 지붕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저는 아무 생각없이 지붕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붕을 반쯤 올랐을 때 우연히 아래를 내려다 보았는데, 얼마나 높이 올라와 있는지 깨달은 순간 저는 겁에 잔뜩 질렸습니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더군요. 그저 멈춘 곳에 기대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뿐이었습니다. 더 올라갈 수도 다시 내려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그 곳에 그렇게 머물고 있었죠. 결국 아래에 계신 아버지가 용기를 북돋워 주셔서 무사히 지붕을 다시 내려와 2층 창문을 통해 안전하게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이상적인 아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매우 열심히 공부했으며 성적도 좋았고 항상 재미있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기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남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을 뿐이었죠. 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제 생활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무엇을 해왔는지 회의가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결국 학교에서는 말없는 아이가 되었고 차츰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겐 이기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거든요. 모두들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아스러웠습니다. 우리는 남을 이기고 성공과 승리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죠. 과연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올바른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제 마음이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울수록 덜 노력하게 되었죠. 결과는 더욱 나빠졌습니다. 남들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 험담을 할 때, 그리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때의 기분이 어떤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혼란스러울수록 다른 사람들은 더욱 더 나에 관해 미심쩍어하고,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각자 살아가는 방식을 점점 두려워하게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은 마치 돌고 도는 원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는 회복되었습니다. 그토록 많았던 회의를 버리게 되었고, 그건 만사가 흘러가는 대로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는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과를 선택하였는데, 그 선택은 심사숙고한 결과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 해는 제가 과연 만족할 만한 높은 학점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독하리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높은 학점을 얻었지만 오히려 그러한 성취가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아무 것도 믿지 않았으며, 과연 무엇을 마음 깊이 믿을 수 있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수년 동안 마치 망망대해에서 뗏목을 타고 표류하듯 통제력을 상실한 채 생활했고, 나를 방황하게 만드는 거센 파도에 이리저리 밀리며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결사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아무 목적도 없이 그저 절망스런 마음으로 망망대해를 표류한 것입니다. 직업, 결혼 그리고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등 삶의 어떤 상황에도 제 자신을 맡길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 아내와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제 자신을 맡길 수 없었습니다. 다시 그 헛간의 지붕을 절반쯤 올라가 있는 기분이었고,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으며, 그저 그 자리만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칠 뿐이었습니다.
이제 제가 해야 할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지 너무나 배우고 싶습니다. 대중가요나 다른 종류의 곡을 써보고 싶지만 제가 작곡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이기적인 것 같아 두렵습니다. 작곡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올바른 길일까요? 아니면 오직 참선 수행에만 전념해야 할까요? 이제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주신 가르침을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매서추시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스티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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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