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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해변 남쪽바다 쪽으로 기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월내(月內)역이 있고, 역에서 내려 조금 가다보면 묘관음사 선원(妙觀音寺禪院)이 자리하고 있다. 근세 선지식 향곡(香谷蕙林,1912~1978) 선사가 주석하던 곳이다. 향곡 큰스님으로부터 능행파(凌行婆) 할머니의 법문을 자주 들은 기억이 있다. 유별나게 몸집이 큰 스님이 그 커다란 법체(法體)를 좌우로 흔들어 대며 호탕하게 웃으시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능행파의 법문이란 다음과 같다.
마조(馬祖) 선사의 제자인 부배화상(浮盃和尙)에게 능행파(凌行婆)가 찾아와서 절을 하고 물었다. “힘을 다해서 말하려 해도 말할 수 없는 구절을 누구에게 전하시겠습니까?(盡力道不得底句 分付阿誰)” 부배 선사가 말하되 “부배에게는 그런 쓸데없는 말이 없느니라” 능행파가 말하되, “부배에 이르기 전에 의심했던 것이 잘못이 아니군요” 선사가 말하되 “따로 능한 것이 있거든 드러내 봐라” 능행파가 손을 모으고는 “아이고! 아이고! 중간에 또다시 원수의 고통을 만났도다” 선사가 말이 없으니, 능행파가 말하되 “말의 바르고 치우침도 모르고, 이치에 삿되고 뒤바뀜도 모르면서 남을 위한다니 재앙거리로구나” 나중에 어떤 스님이 이 일을 남전(南泉普願,748~834) 선사에게 이야기하니, 남전이 말했다. “괴롭구나! 부배가 그 노파에게 한바탕 꺾였구나” 노파가 이 말을 전해 듣고 “왕노사(王老師)는 아직도 기개가 모자라는구나!”
그 때에 유주(幽州) 땅에 징일(澄一)이라는 선객이 있었는데 노파에게 묻되, “남전이 어째서 기개가 모자라는가?” 하자, 노파가 곡을 하면서 말했다. “슬프고도 애통하도다!” 징일이 어리둥절하거늘 노파가 “알겠는가?” 하니, 징일이 합장하고 서 있거늘 “죽음 직전의 선객이 갈대 같고 좁쌀 같이 많도다” 나중에 징일이 조주(趙州)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니 조주가 말했다. “내가 그 구린내 나는 노파를 봤더라면 한마디 물어서 입을 봉했을 것이니라” “화상께선 그에게 어떻게 물으시겠습니까?” 하자 조주가 때렸다. 징일이 말하되 “어째서 나를 때리십니까?” 조주가 말했다. “이 따위 죽음 직전에 놓인 선객을 때리지 않고 다시 어느 때를 기다리리요”
노파가 말했다. “조주가 나의 방망이를 맞아야 할 것이다” 조주가 그 말을 전해 듣고 곡을 하면서 말하되, “슬프고 애통하여라!” 노파가 다시 탄식하며 말했다. “조주의 눈 광명이 사천하를 비춰 꿰뚫는구나” 하였는데, 조주가 이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어떤 것이 조주의 눈인고?” 하고 물으니, 노파가 주먹을 세웠다. 조주가 이 말을 전해 듣고 송을 지어 보냈다. “걸맞는 기개가 마주보며 제시하니/ 마주보는 걸맞는 기개 재빠르도다/ 그대 능행파에게 알리노니/ 곡하는 소리는 무슨 이해득실인고(當機面提 面當機疾 報爾凌行婆 哭聲何得失)”
이에 노파는 게송으로 화답했다. “곡하는 소리를 스님께서 아셨나니/ 이미 알았는데 무엇을 알려 하오/ 그 때의 마갈타국의 법령이여/ 하마터면 눈앞의 기회를 잊을 뻔했네(哭聲師已曉 已曉復誰知 當時摩竭令 幾喪目前機)”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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