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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래 국수 삶기를 좋아하고 토장국 끓이는 것이 취미이다. 이렇게 말하면 별난 취미라 할지 모르지만 거기다가 차를 진하게 먹는다는 원성(怨聲)을 듣는 사람이기도 하다. 옛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승소가 적으니 중 웃음이 적고 / 객담이 많으니 객담이 많더라
(僧笑小時僧笑小 客談多時客談多)
여기서 ‘승소(僧笑)’는 떡이나 국수를 말하고, ‘객담(客談)’은 술을 가리킨다. 여름철 국수를 삶을 때는 몇 번이고 푹 끓여서 계곡의 차디찬 물에 급히 냉각시키면 국수 속까지 푹 익으면서도 면발이 아주 좋은 먹음직한 국수를 만들 수 있다. 어릴 적에 어른 스님들이 햇중을 보고는 “국수 잘 먹으면 중노릇 잘한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셨고, 덩달아 열심히 먹다보니 제법 많이 먹게 되었다. 그래서 나를 보고 면장(麵長)이라 놀린다.
그저 어른 스님들이 말씀하시던 그대로 따라하면 성불하리라 믿고 따르던 시절이었다. 큰스님들이 신도법문 하실 때 “선방 문고리만 잡으면 삼악도(三惡道)를 면한다”는 말씀을 듣고, 시골 할머니들이 성지순례 갈 때마다 그 가파른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서는 선방문고리 잡겠다고 야단들이다. 화두정진도 이런 노인들처럼 분명히 믿고 열심히 의단(疑團)을 일으켜야 진취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선방문고리 잡는다고 삼악도를 어떻게 면해’라는 식으로 의심한다면, 그것으로 정진하던 의단은 깨져버릴 것이다.
나의 스승이신 경봉 선사는 자주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극락에는 길이 없는데 어떻게 왔느냐?” 코쟁이 외국인 로베로 펭제라는 프랑스 인사는, “안내 받아 왔습니다”라고 아주 합리적으로 정중하게 대답한 것을 통역을 잘못해서 “허공에서 내려왔습니다” 라고 제법 선문답을 엮어내니, 노사는 틀니가 빠질 정도로 크게 웃으시며 “차나 드시오.” 하고 씁쓸해 하던 모습이 지금도 역력하다.
참선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그저 한 생 포기하고 목숨걸고 열심히 의정을 일으켜 마치 낙숫물이 돌을 뚫는 미련함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기에 이 시절 선방에는 이불과 베개가 없었다. 그저 좌복과 목침이 있을 뿐이다. 12시간~14시간을 정해서 공부하다가 대중이 뜻만 맞으면 반 철 지나면서 용맹정진으로 밀어붙이기가 일쑤였다.
1925년 여름 금강산의 석두 노사(石頭老師)를 찾아 출가하려는 효봉스님(曉峰元明, 1888~1966)에게 묻기를 “어디서 왔는가?” “유점사에서 왔습니다.” 이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몇 걸음에 왔는고?”하고 다그쳐 물었다. 스님은 벌떡 일어나 큰 방을 한 바퀴 빙 돌고 앉으면서, “이렇게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셨다고 전한다. 그리고 효봉스님은 평생을 절구통처럼 앉아서 엉덩짝이 큰방 장판지에 누러 붙도록 ‘무자화두(無字話頭)’에 몰입하셨다.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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