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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집을 벗어나 거주지를 절로 옮기는 것만이 아닙니다. ‘인천(人天)의 스승’ 문자 그대로 모든 중생의 스승이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스승은 스승으로서 권위를 가져야 하는데, 이는 최소한의 조건 위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한동안 범죄자들이 절집에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죄를 짓고 도피하는 곳으로 절은 어쩌면 안성맞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TV도, 전화도 흔치않던 시절, 뚝 떨어진 산중에서는 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요즘이야 TV와 전화는 물론 핸드폰과 인터넷까지 갖추어져 있으니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지만요.
절에 들어온 범죄자들은 처음에는 행색을 감추고 살다가 오래지 않아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또는 범죄자가 자신의 과거행적을 고백하고 개과천선(改過遷善)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수계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이 익힌 습(習)을 버리지 못하고 옛날 버릇을 다시 드러내게 됩니다. 그들은 신도들을 대상으로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종단 분규에 깊숙이 개입하여 폭력배들을 동원하는 등 갖가지 말썽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몇몇 사람들의 범법 행위는 신도들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게 되었고 뜻있는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이에 종단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의 절집 유입을 막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신체검사입니다. 남자들의 경우, 몸에 문신이 있거나 칼자국이 있는 경우는 물론, 신체의 특정 부위에 이물질을 삽입한 것까지 검사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계(戒)를 주지 않습니다. 또한 신원조회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전과를 조사하고 파렴치범 전과가 있는 경우에도 계를 주지 않습니다.
행자교육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출가한 사람이 사미계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교해야 하는데, ‘행자교육원령’에 입교할 수 없는 사람을 명시해 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조계종에서는 스님이 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질상 세속관계를 끊지 못한 자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형법상 피의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
-중풍, 나병, 백치, 중성, 불구자
-난치 혹은 전염병 있는 질병에 걸렸거나 신체조건이 승가로서의 위신이 부적당한 자
-파렴치범의 전과자
-본 종의 승려로서 종단에 등록하지 않은 사설사암(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승려의 도제
-문신자 및 자해자
-간질 및 정신질환자
-입산 이전에 수족을 자른 자
-결가부좌가 안 되는 자
-연령이 15세 미만이거나 40세를 초과한 자
-고졸 또는 동등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지 않은 자
-이혼일이 행자교육원 입교일 기준 6개월 미만이거나 자녀에 대한 친권을 포기하지 아니한 자
(행자교육지침서, 대한불교 조계종 교육원, 2002, 38쪽)
이러한 출가의 제약이 부처님 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세상에 머무르시던 시절, 사람을 100명 가까이 죽인 앙굴리말라도 출가 수행하여 아라한의 경지에 올랐던 내용이 경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몸에 과거의 흔적이 있거나 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또는 전과가 있다 하여 출가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부처님의 근본정신―모든 중생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정신―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그 말씀은 부처님의 근본정신에 입각해 볼 때 옳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소한의 자격조건을 제시하고 그에 맞지 않는 사람을 거부하는 것은 종단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문신이나 전과 등 결격사유를 간직하고 계신 분으로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계신 분이거나 그럴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은, 이번 생에 깊이 참회하시고 공덕을 많이 지으셔서 다음 생에 출가할 수 있는 인연을 지으시기 바랍니다.
글. 한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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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