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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불교의 성격을 논할 때만 특별하게 사용되는 용어인 격의(格義)라는 말은 중국인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은 불교교리를 널리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유교나 도교 등 중국 고유의 사상으로부터 유사한 개념이나 용어를 차용하여 설명하는 편법을 가리킨다.
이러한 방식에 의거하여 전개된 불교의 총칭이 격의불교이다. 유교보다도 도교의 영향이 특히 두드러진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주로 도교의 사고방식을 이용하여 불교의 이해를 도모한 것이 격의불교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여 인도에서 성립된 이질적인 불교를 중국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에 격의불교의 의의가 있다.
중국에 소개된 불교는 잘 알다시피 신앙성을 특히 강조한 대승불교이다(제36문 참조). 이 종교를 처음 접했던 중국인들은 부처님의 무한한 능력과 구제력을 찬탄하는 불교가 도교의 신앙과 매우 유사하다고 인식했던 것 같다. 즉, 도교에서는 육신을 불멸케 한다는 도술을 연구하고 실천하며, 그런 불멸성을 획득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천국과 같은 장소에서 신자들의 운명을 인도한다고 믿어지는 어떤 신적 존재들에 대해서 종교적 의식(儀式)을 집행하는데, 이러한 점들이 불교와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도교는 영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의존하는 다양한 의식은 한편으로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한(漢)나라시대의 부조물에는 불상과 함께 도교의 신들이 새겨져 있는데, 이들은 우주론적인 상징물이나 여섯 개의 어금니를 지닌 코끼리에 둘러싸여 있다. 잘 알다시피 코끼리는 불교의 대중적인 상징이다. 그런데 이들 속에는 중국의 신화에서 유래한 다른 초자연적인 생물들도 있다. 불교의 몇몇 관념들이 중국에 맨 처음 출현하게 된 데에는 도교의 종교적 입장이 분명히 매개체로서 작용하였다. 중국인의 시각으로 볼 때, 관념과 실천에 있어서 불교와 도교 사이엔 표면상 많은 유사점이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결합이 결코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중국에서 초기에 성립된 불교문헌들은 불교의 관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흔히 도교의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불교에 대한 오해를 깊게 할 뿐이었다. 두 종교의 창시자는 같은 사람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한(漢)시대의 문헌에서는 노자화호설(老子化胡設)이라는 놀라운 이론을 최초로 언급하고 있다. 즉 노자가 서역으로 떠나 인도로 가서는 그곳 노예들의 낮은 지적 수준에 맞도록 스스로 부처님의 모습으로 그들 사이에 화현하여, 그 자신이 만든 원래의 교의로 그들을 개종시켰다는 것이다.
불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국에서 격의라는 방식이 성행하게 된 데에는 위와 같은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격의불교를 본격적으로 제창했던 사람은 축법아(竺法雅)라고 한다. 처음에는 숫자로써 교리를 정리하는 법수(法數)에 관해서 격의라는 해석 방법이 특히 유효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오계(五戒)를 설명함에 있어 유교의 오상(五常, 仁·義·禮·智·信)이라는 윤리개념을 차용하여 이해케 하려 함 등이다. 정작 격의가 실질적인 효용을 발휘한 것은 불전의 번역단계에서였다. 즉, 열반을 무위(無爲)라고 옮기고 진여(眞如)를 본무(本無)라고 옮기는 식인데,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난 번역어가 제시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격의불교는 원래는 불교를 중국으로 이식하기 위한 편법으로서 발생되었던 것이며, 실제 이로써 당시의 귀족사회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연구방법이 보급됨으로써 원의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일에 등한히 하고, 오히려 격의의 벙법으로 누가 더 정교하게 해석하는가 하는 경쟁의 풍조를 야기하였다.
이를 통해 당시의 총아로 군림한 사람도 등장했다. 그리하여 중국의 사상을 매개로 하여 불교를 이해하고자 한 격의의 방법 자체가 불교와 중국사상과의 혼합 및 융합을 촉진하고, 각각이 지닌 본래의 내용을 서서히 변질시키기도 하는 폐단을 낳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후에는 불전으로서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하여 격의를 배척하기도 하였지만, 도교의 노장사상(老莊思想)으로써 불교를 이해하는 방법은 당시의 사회에서 널리 유행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격의라는 이해의 방법이 부정적인 의의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중국불교를 포괄적인 의미에 있어서 격의불교라고 단언하는 학자도 있다. 중국불교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런 단언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격의라는 말을 불교의 수용과정에 있어서 초기에 나타난 매우 유치한 이행방식이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격의는 결코 긍정적일 수 없는 의의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생소하고 이질적인 타문화의 언어를 본격적으로 이해하기 이전에 자문화(自文化)의 기존언어를 빌어 방편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격의라고 규정하고, 따라서 이 격의는 타문화의 언어가 본격적으로 이해됨에 따라 사라져가는 일시적이고 초기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불교=격의불교'라고 보는 것은 그러한 통념에 대하여, 격의를 중국불교 전개 과정의 전체 역사에 내재하는 가장 근원적인 수용방식으로 규정하여 그 개념의 적용 폭을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격의'야말로 중국불교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는 적극적 의미를 부여한다. '격의'야말로 중국의 대승불교를 대승불교답게 만든 본질적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격의불교가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격의불교가 중국불교의 한 특징을 이루고, 그 발전의 계기가 되었음은 충분히 납득이 되지만, 중국불교 전체를 격의불교라고 규정짓는 데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실제 격의불교의 폐단이 노출된 이후, 중국의 학승들은 격의불교에 대한 비판과 초극을 축으로 삼아 강설과 활동을 추진하면서 중국불교 발전의 기초를 구축하였던 것이다.
근대에 이르러 불교가 서구세계에 소개될 때, 서구인들은 유사한 철학적 개념과의 비교를 통해 불교교리를 해명하고자 하였는데, 이것도 일종의 격의불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주체성을 강조한다면 격의불교는 피할 수 없는 수용방식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격의라는 문화의 수용방식이 권장할 만하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 대상 전체를 왜곡하거나 거기에 담긴 보다 진정한 의미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당연히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불교에 있어서 격의불교의 폐단은 불교 본래의 현실해결주의의 실천적 입장이 도외시되고, 무위적, 도피적 성격의 종교인 양 불교가 오해되었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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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