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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문화를 주도해 온 종족(인도 아리안)은 남달리 종교적 성향이 강한 종족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종교적 감상이 풍부한 이 종족은 기억력에 있어서 탁월한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종교적 영감이 산스크리트라는 뛰어난 언어를 낳았고, 이 언어 덕분에 기록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나 기억할 수 있는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인도에서는 전통적인 성전들이 암송에 의해 근래에까지 전해져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나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서 인도의 과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데엔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 고도의 문화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고대의 인도는 다른 문화권에 비해 거의 역사적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의 사실은 후대의 전승들을 여러 가지로 연관지음으로써 유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면 전설적 내용 속에서 사실적 요소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 있어서도 불교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나마 다행히도 부처님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이 전해져 있다.
우리는 불교경전이라 하면 보통 사람으로서는 판독할 수 없을 듯한 한자의 대장경을 먼저 연상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처음부터 어렵고 복잡한 방식으로 가르침을 펴신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착각은 우수한 외래문화의 도입과정에서 비롯된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제26문 참조)
원래는 처음부터 경전이 있엇던 것은 아니다. 부처님 스스로는 당신 자신이 가르친 내용을 저서나 기록 또는 어떤 방법으로도 보관하거나 전승시키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의 가르침을 들은 제자나 신도들이 머리 속에 기억하여, 정리하고 보존, 전달해 왔을 따름이었다. 수백 년 동안은 글자로 베껴쓰는 일도 없었다. 이는 당시의 일반적인 전통이기도 했다. 그러나 특히 불교의 입장에 있어서는 이에 대한 한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제자들로서는 부처님의 성스런 말씀을 문자로 옮긴다는 것이 불경스럽게 생각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마치 부처님이 입멸한 후 얼마 동안은 그의 거룩한 모습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묘사하지 않았던 것과 같다. 결국 부처님의 설법 내용에 대해서는 제자나 신도가 실제로 들은 바에 따라 기억 속에 파악하고, 구술에 의해 전달하는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그 내용을 한 마디도 어긋나지 않게 기억 속에 간직하기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다만 모든 설법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줄거리만 대강 기억하였을 것이다. 더구나 그 대요의 파악에 있어서 여러 사람이 똑 같을 수가 없었을 것이며, 같은 설법을 듣고도 듣는 사람에 따라 견해가 조금씩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부처님이 입멸하고 난 후, 사소했던 이러한 견해의 차이가 보다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우려가 있었다. 그 내용이 달라지거나 자신의 견해를 부처님의 것인 양 강변하는 사태도 발생했을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그 분의 실제 가르침을 확인하고 정리해 둘 필요성이 당연히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청취한 제자들이 전체회의라 할 수 있는 모임을 갖게 된다.
이상과 같은 목적에서 가진 불제자들의 화합을 결집(結集)이라 한다. 비록 이 모임의 결과가 문자화되지는 않았지만, 이 모임에서 결정된 내용들이 후대에 소위 경전(經과 律을 포함)으로 결실을 맺게 되므로, 이 모임의 성격을 쉽게 표현하여 경전편찬회의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실제 있었던 사건이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부가 있지만,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당시의 상황과 이에 관한 이야기의 전통을 고려할 때, 이 회합을 일단 사실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이런 식의 결집은 역사의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제1결집은 부처님의 입멸 직후에, 제2결집은 입멸 후 100년에, 제3차는 입멸 후 200여 년이 지난 아쇼까왕의 시대에, 제4차는 입멸 후 400년 무렵에 각각 있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있었다고 하나, 제4차 이후의 결집에 대해서는 그 사실성을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다만 제4차에서는 논장(論藏)이, 제5차엔 대승경전이, 제6차엔 밀교의 진언(眞言)이 각각 결집되었다고 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남방불교국인 스리랑카에서는 12세기에 제4결집을 독자적으로 집행하였고, 버마에서는 19세기 후반과 1954년에 각각 제5차와 제6차의 결집을 집행한 바가 있다.
경전의 편찬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1결집이다. 여기서 이후의 모든 경전의 골격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는 왕사성(王舍城)에 500명의 제자들이 모여, 부처님의 설법을 결집하였다. 교리에 관한 말씀과 계율에 관한 말씀을 각각 대표자가 전담하여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 동안 들었던 대로 암송해 내면, 모인 대중들이 자기들의 기억을 더듬어 수정하거나 확인함으로써 정리된 그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정짓는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이 방식을 달리 합송(合誦)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경전이 항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여시아문, 如是我聞)'이라는 말로써 시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서 교리에 대해서는 십대제자 중의 아난다(阿難)가 전담하고, 계율에 대해서는 우빨리(優波離)가 전담하였으며, 이 회합의 전체는 마하까샤빠(大迦葉)가 주관하였다. 이 결과 교리부분은 경장(經藏)이 되고, 계율부분은 율장(律藏)이 된다.(이의 형식과 내용에 관해서는 제23·24문 참조)
위와 같은 식으로 확정된 내용들은 암송에 의해 전해져 오다가 적어도 기원전 1세기 이후에서야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 사용한 언어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도의 방언인 빨리어이고, 다른 하나는 고급언어인 산스크리트어이다. 전자에 의한 경전은 남방으로 전해져 남방불교의 성전이 되고, 후자에 의한 경전이 북방으로 전해져 결국 주로 한자로 번역됨으로써 북방불교의 성전이 된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는 당시 개발된 실크로드를 따라 2세기 이후 중국으로 전해지게 되는데, 이때 산스크리트의 경전을 한자로 번역한 이들은 주로 실크로드 주변에 위치한 국가 출신의 불교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아직 중국어에 숙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기엔 중국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쳤으므로, 한자로 된 북방의 경전은 인도로부터 직접 전수된 남방의 경전에 비해 그 본래의 의미가 다소 변질되거나 이질적인 요소를 담고 있을 소지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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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