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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불괴정 - 불교신자로서의 바른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누구에게나 궁금한 것이긴 하지만, 사실은 정답같은 것을 제시할 수 없을 만큼 포괄적이고 상투적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설명해 온 모든 것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될 것이며, 이제까지 설명은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로 귀결된다. 그러나 가뜩이나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는 보통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뭔가 좀 구체적이고 확실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결의 범위를 보다 압축시킬 필요가 있다. 이렇게 압축해 보면 불교도의 바른 자세와 직접 연관있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제93문의 자력과 타력, 제94문의 기복불교이다. 불교를 삶의 의지처로 삼는 한 신앙인으로서 바르게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 것은 자력과 타력이라는 두 가지의 입장, 그리고 기복신앙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했으므로 여기서 부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불교의 교리가 심오하고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대개 전문적인 수행자, 즉 출가자의 입장에서 전개되어 온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불교가 종교로서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 자신이 재가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재가자에 적합한 가르침을 설했기 때문이다. 그 가르침이란 제12문에서 설명한 차제설법이다. 이는 곧 남에게 베풂으로써 자선을 행하고, 계율로써 제시한 도덕을 지킴으로써 바라는 바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는 간명한 가르침이다. 이는 굳이 불교신자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불교는 이러한 상식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도덕적인 일반인이 아닌 불교인, 즉 보다 더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는 깨인 사람이길 원하는 불교인에게는 당연히 보다 비범한 자세가 요구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출가자처럼 전문적인 수행을 하라고 요구하였을 리도 없다. 초기의 성전에 재가신자의 실천수도법으로 서술되어 있는 하나의 방법이 있다. 그것은 사불괴정四不壞淨이다. 또는 사증정四證淨이라고도 한다.

불괴정이란 ‘절대 확실한 신앙’을 의미하는데, 불교적인 신앙이 확립되어 다른 어떤 것에 의해서도 동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가신자에게 있어서 믿음이 중요한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은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가, 깨달음을 얻어 그것이 이론적으로든 실제적으로든 완전한 절대의 진리임을 체득한 부처님이나 그의 제자들의 설법을 그대로 틀림없는 것이라 믿는 것이다. 따라서 믿음이라는 것은 아직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한 자에게 해당되는 말이고, 그것은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 깨달음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이미 제21문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것도 골몰히 생각하자면 한이 없겠지만, 우선 현실적인 의미로서 자주와 자율과 자유의 경지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두는 것이 좋겠다. 만약 믿는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것은 미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교는 그 교리가 매우 합리적인 것이어서, 그것을 옳다고 믿는 것은 결코 미신이 될 수 없다.

불괴정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믿으라는 것인가? 그것은 불ㆍ법ㆍ승의 삼보와 가장 보편타당한 도덕인 계율이다. 그래서 4불괴정이다. 일차적으로 삼보에 대한 믿음이란, 부처님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지도자요 스승이며, 법法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타당한 영원의 진리이며, 승僧은 부처님의 대리자로서 민중을 지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훌륭환 인격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계에 대한 믿음이란 계율이야말로 불교의 생명이며, 계를 지키는 것이 불교도로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확신하여 결코 범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일반신도에게 있어서 이는 사실상 오계의 준수를 의미한다. 이런 사불괴정은 불교인에게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누구든지 불교에 입문하고자 할 때면 먼저 이 네 가지에 대한 믿음과 실천에 맹세하고 있기 때문이다.(제75문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맹세를 하나의 요식행위로 받아들여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으며, 그 의의를 진지하게 되새기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 사불괴정을 간단하고 쉬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를 얻었다고 하는 것은 불교적인 인생관과 세계관에 투철하여 의심하지 않게 되는 것이며, 이론적으로는 사성제의 도리를 완전하게 이해한 것이 된다. 앞서 말한 차제설법이라는 것도 자선을 행하고 계율을 준수하고자 노력하는 사이에 불교의 올바른 인생관과 세계관이 확립되어 사성제의 도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한 것이다. 불교도로서 갖추어야 할 이같은 기본자세는 아무리 시대와 사회가 바뀌어도 불교가 존속하는 한,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신자로서의 실천방도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발전적 변용이 가능하다. 또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할 것이다. 생활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불교의 실천방식도 그에 적응하여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부처님 자신이 직접 취했던 입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승불교에서 특히 강조된 육바라밀은 불교도가 취해야 할 보편적 실천강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육바라밀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78문에서 설명하였듯이, 그것은 이전의 강령인 팔정도를 포용하면서 그것을 대對사회적 시각에서 변형시킨 것이다. 팔정도는 자기의 지혜와 인격을 완성시키기 위한 수행도로서 강조되어 왔다. 거기에는 타인을 직접 유도한다거나 타인을 교육시키고 완성시킨다는 대사회적인 면이 아니라, 자기 한 사람의 수양이나 인격완성이라는 면이 강조되어 있다. 사회구조가 단순했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보편적인 강령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개인과 집단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홀로 고고함을 지킨다는 것이 결코 불교인다운 모습일 수 없다. 자신을 깨끗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오히려 주변의 환경을 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헌신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육바라밀은 팔정도에 없었던 보시와 인내를 강령으로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면 불교인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는 견실한 믿음대사회적 실천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결코 획일적인 답을 제시할 수 없다. 이미 지적하였듯이 믿음을 갖더라도 기복신앙의 병폐를 일소해야 할 것이며, 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불교 본래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또 불교가 자각의 종교임을 내세워 구원에 대한 믿음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자력과 타력의 겸비야말로 불교도가 노력해야 할 근본자세이다.

끝으로 불교도는 종교인으로서 자신의 믿음에 대해 감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일반신자로서 감사를 표하는 최선의 방법은 보시이다. 또 가장 효과적인 보시는 승단에 대한 것이다. 자신의 보시가 이타의 자비로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가장 믿을 만한 집단이 불제자들의 모임인 승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승단이 그런 신뢰성을 확보해야 함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고 승단을 믿지 못해 보시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교 궤변이라 할 것이다. 그 자신이 불교도가 아님을 강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인이 보시하는 대상은 특정한 승려나 사찰이 아니다. 그 장소와 인물이 어떻든 간에 그것은 상가, 즉 승단 전체로 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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