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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두선(話頭禪)을 화두 명상이라 해도 되는지요.
■ 혜봉 : 선(禪)은 마음을 닦아 참된 이치를 사유하는 것이며, 생각을 쉬어 고요하게 하여 망령된 마음 즉 망상이 없는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며, 마음을 하나로 모아 본래부터 일체 생각이 끊어진 적멸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며, 선ㆍ악과 시비 유(有)ㆍ무(無)를 넘어서서 '본래면목' 즉 참다운 자기를 알기 위해 모든 집착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음을 '선'이라 하고, '명상'이라 하며, 또한 '마음공부'라 하고 '참선'이라 하고 '도를 닦는다' 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름만 달리할 뿐 마음을 닦아 참 자기를 깨닫고자 하는 데는 하등의 차이가 없습니다.
▶ 화두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요.
■ 혜봉 : 화두라 함은 말 그대로 말머리를 의미하는데, '말의 머리'라 이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 그러면 어떻게 알지요.
■ 혜봉 : (컵을 들어 보이면서) 이게 뭐죠.
▶ 컵입니다.
■ 혜봉 : 컵이다. 누가 컵이라 합니까?
▶ 사람들이요.
■ 혜봉 : 사람들이 언제부터 컵이라 했습니까?
▶ 모르겠습니다.
■ 혜봉 : 다시 묻겠습니다. 이것은 본래부터 컵이라는 이름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 없었습니다.
■ 혜봉 : 본래 이름이 없었다면 이름 붙이기 전 이것은 뭐죠.
▶ 그냥 그거죠.
■ 혜봉 : 그냥 그거라. (컵을 들어 보이면서) 이놈이 그냥 그거라 합니까?
▶ 아닙니다.
■ 혜봉 : 그럼 무엇입니까? 입을 열어 말로 해도 어긋나고 말로 할 수 없다 해도 어긋납니다. 그렇다면 이놈을 뭐라 해야 되겠습니까?
▶ 도대체 뭐라 해야 할 지 콱 막혀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 혜봉 : 말문은 콱 막히고 오직 '무엇이라 해야 하는가'하는 의문만 남습니까?
▶ 예, 그렇습니다.
■ 혜봉 : 말문이 콱 막혔다는 것은 더 이상 생각이나 사량분별로는 알 수 없어서 생각은 끊어지고 오직 그 당체를 알고자 하는 의심만 남을 때 이것을 일러 화두(話頭)라 합니다. 이제 이해가 되셨습니까?
▶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화두선을 간화선(看話禪)이라고도 하던데 왜 간화선이라고 하는지요.
■ 혜봉 : 간화(看話)라 함은 말 그대로 화두 즉, 말이 끊어진 참된 자기를 본다(看)는 말인데, 이것은 육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며, 마음으로 본다는 것은 참구하는 화두를 잊지 않고 여의지 않는 것입니다.
▶ 참구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 혜봉 : 참구라 함은 참된 자기나 진리(法)을 간절히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자기와 진리를, 간절히 궁구하고 사유하는 것인데 모든 생각이 다 끊어지고 오직 '이것이 뭣고' 하면서 간절히 알고자 하는 것을 참구한다 하는 것입니다.
▶ 저는 간절히 참구해도 화두가 잡히지 않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 혜봉 : 몇 가지 묻겠습니다. 첫째, 참된 자기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까?
▶ 간절한 마음이 없습니다.
■ 혜봉 : 왜 없죠.
▶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화두를 참구하려 해도 딴 생각이 날 뿐, 도무지 화두가 잡히지 않습니다.
■ 혜봉 :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화두참구에 대하여 어떤 생각이 있는지 지금 즉시 마음을 고요히 하고 물어보세요. (잠시 침묵이 흐른다.)
▶ 이런 생각이 있습니다. '스님들도 참구하기 어려운데 그 어려운 화두를 내가 어찌 한단 말인가. 화두 참구하다가 허송세월 보내지 말고 마음이나 닦지'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 혜봉 : 진실로 말씀드리거니와 마음 닦는 공부와 화두 참구를 둘로 보지 마세요. 마음만 닦고 참구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없는 무심의 도리나 모든 것이 공한 공의 도리는 깨칠 수 있으나 참자기는 알지 못할 가능성이 많으며, 마음을 닦지 않고 참구만 하다보면 온갖 업의 마장 때문에 과거생에 이미 마음을 닦아 참구하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자기를 깨치기 어려워서 많은 세월을 보내거나 오히려 업만 더 쌓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닦고 비우는 방하착과 참자기를 깨닫고자 하는 참구는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주의하고 잘 살펴봐야 할 점은 '화두 참구가 어렵다. 마음이나 닦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당연히 화두 참구가 안 될 수밖에 없으며 그 마음이 마구니가 되어서 아무리 간절히 화두 참구를 해도 참구가 되질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마음이라도 잡고 있는 것이 있으면 살펴서 다 버리세요. 그리고 깨닫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일으켜서 참구하셔야 화두를 여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마음은 없습니까?
▶ 없습니다.
■ 혜봉 : 다른 분들 중에서도 화두참구를 하면 여일하게 참구되지 않고 망상이 끼어들거나 졸음이 오는 분들도 있습니까? (몇 사람이 손을 든다) 그러면 지금 바로 생각을 고요히 하고 자신에게 물으세요. '화두 참구하는데 왜 잠이 오는가? 화두 참구하는데 여일하게 하지 못하고 왜 망상이 끼어드는가? 도대체 어떤 마음이 있어서 화두참구를 방해하는가?' 하고 물으세요. (잠시 침묵이 흐른다.) 자, 그럼 각자에게 어떤 마음들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 저는 '귀찮다! 이만하면 됐지 뭐! 더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 저는 마음을 살펴보니 '화두 참구 한다고 깨달을 수 있는가!'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 혜봉 :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로 졸음이 오거나 망상이 일어나서 참구가 잘 안 될 경우는 자신의 마음을 잘 점검해 보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참구를 방해하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귀찮다 하는 마음은 게으르게 하는 마음이요, 이만하면 됐지 하는 마음은 자만심이요, 깨달을 수 있는가 하는 마음은 의심하는 마음입니다. 따라서 그와 같은 마음들이 있으면 무의식 가운데 자신의 공부를 방해하여 망상을 만들거나 잠을 자게 만듭니다. 무조건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애쓰면 잠과 싸우고, 망상을 무조건 없애려고 애쓰면 망상과 싸우는 마음만 더 생길 것입니다. 그래서 잠이 사라지면 망상으로 분주하고, 망상이 사라지면 잠이 오게 되어서 결국 공부하는데 좌절만 더하게 되고, 앉아 있는 습관만 생길 뿐, 자신의 마음을 제도하여 참 자기를 깨닫는 길로 가는 데는 멀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해 보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여실히 다 알 수 있으며 그 현상은 자신의 마음이 만든 망상이며 생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연후에 그 마음들을 다 버리고 참구를 하면 순일하게 참구가 될 것입니다. 공부를 함에 있어서 의심이 많은 사람은 그 의심을 소멸시키고 공부에 대하여 확실한 믿음을 가져야 흔들리지 않고 공부가 나아갈 것이며, 자만심이나 해태심이나 방일한 마음이나 '진리를 깨달아야 별 수 없더라!' 하는 악견과 같은 마음이 있으면 '이놈이 공부를 방해하고 윤회하게 하며 미혹하게 하는 마구니로구나', '이 놈을 때려잡지 않고 내 어찌 참 나를 깨달을 것인가!' 하며 이 마구니를 완전히 쳐부수어 없애고 물러서지 않고 공부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분심과 용맹심을 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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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