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마나에게,
편지 주어서 고맙다. 잘 지내니? 편지 잘 읽어 보았다. 네 결심은 매우 결연하더구나. 아주 잘했어! 잘했어! 하지만 보살심을 이룬다는 것은 오는 사람을 막지 않고, 가는 사람을 잡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살면 너를 방해할 것은 없을 것이요, 이미 중생을 구제한 것이란다.
보살행은 크게 네 가지가 있는데, 그 첫째가 보시(布施)이다. 남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을 그저 주는 것을 말한다. 두번째는 애어(愛語)이다. 이것은 남에게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말을 하여 부드럽게 이끌어주는 것을 말한다. 세번째는 이행(利行)으로 다른 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번뇌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네번째는 동사(同事)로 만약 다른 이들이 네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그들과 함께 행동하면서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만일 네가 큰 법력을 지녔다면 위에서 말한 네 가지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만일 그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무엇보다 스스로 중심을 잡아 깨달음을 얻어야 하며, 법력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네 가지의 보살행의 실천할 수 있고 남편을 비롯한 중생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9월에 선원에 들어가 수행하겠다고 했지? 자신의 힘으로 남편을 구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네 스스로 강인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게로구나. 좋은 일이다. 언젠가 너는 내면의 힘을 갖게 될 것이고 남편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엊그제 점심 시간에 우리 도서관에서 자석을 노리개 삼아 시간을 보낸 일이 있었다. 같은 극끼리는 만날 수 없지. 다른 극끼리는 매우 강하게 끌어당기고 말이다. 이 세상 모든 일이 모두 이와 같다. 너와 네 남편은 어떤 면에서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네가 진실을 구하기 위한 길을 가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낚시를 하러 가고 싶어하니 말이다. 너희 부부는 마치 자석같구나. 하지만 남편이 전적으로 너를 좋아한다면 네가 참선 수행을 원하는 이유와 살생하는 것이 옳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도 더는 낚시를 하러 가지 않고 너를 따를 것이다.
너는 이미 이러한 이치를 깨달았으니 선원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했겠지. 그러한 결심이야말로 관세음보살의 길이란다. 이미 너는 관세음보살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위대한 보살의 길이며, 이미 남편을 구제한 것이다. 또한 마음의 병을 고치기 위해 네가 준비한 약은 이미 남편의 가슴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지금 약효가 나타날지, 아직 반응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약효를 발할 것이다. 네가 관세음보살을 향해 정진하고, 자신의 마음이나 느낌이 어떠한지 확인하지도 말 것이며,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번뇌로부터 제도하기를 바란다.
숭산 합장
|
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