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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의미는 선가(禪家)에서는 실로 유현(幽顯)하기 짝이 없다. 또 성당(盛唐)시대 선풍의 황금기에 최고의 대종장(大宗匠)인 조주(趙州)화상의 청다일화(淸茶一話)는 그 당시 총림의 크나큰 화제거리였으니 말이다. 조주가 어떤 스님에게 묻되, “일찍이 여기에 왔던 일이 있었는가?” “왔었습니다” “차나 마시게” 또 다른 스님에게 묻되, “일찍이 여기에 왔던 일이 있었는가?” “왔던 일이 없었습니다” “차나 마시게.” 원주(院主)가 곁에서 듣고는 “어찌하여 일찍이 왔던 이도 차나 마시라하고 와본 적이 없는 이도 차나 마시라고 하십니까?” “원주!” “예” “너도 차나 마셔라.” “… …”.
이것이 그 유명한 조주의 ‘끽다거(喫茶去)’라는 화두(話頭)이다. 차 한 잔 먹는 것이 무에 그리 대단하랴마는 이것이 선가(禪家)의 가풍이다. 뒤에 어떤 스님이 송(頌)을 붙이기를, “조주가 차 마시란 말/ 종풍이 특출하네/ 왔던 이나 처음 왔다 하는 말/ 바로 날강도 솜씨일세”
또 어떤 스님은 “조주는 원래 그 짬을 엿보고 있었느니라” 하였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 늘 마시는 차나 그 당시 조주의 청다와 다를 것이 없다. 아무리 깊고 오묘한 진리, 또 선가의 화두라도 우리들이 늘 옷 입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오고 가고 하는 등등 일상생활을 조금도 떠나지 않은 것이다.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물었다. “듣자오니 스님께서는 남전(南泉)스님을 친견하였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 “진주에 큰 무우가 나느니라.” 남전스님은 조주스님의 스승인데 그 스님이 그 두 분 사이를 몰라서 이렇게 물은 것이 아니라, 구참선객(久參禪客)이라서 제법 물을 줄 안 것이다. 물을 줄 아는 것도 그만한 안목이 있어야 된다. 어떤 스님이 구봉(九峰)스님에게 물었다. “듣자오니, 스님께서는 연수(延壽)스님을 친견하였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 “앞산에 보리가 익었느냐?” 하였다.
조주스님이나 구봉스님이나 모두 일을 해마친 큰스님들인데, 섣불리 질문을 던졌다가는 눈알이 뒤집힐 판이다. 큰 무우가 난다거나 앞산의 보리가 익었다거나 이러한 등등의 화제에는 알려면 바로 알아야지 요리조리 따지려 들면 하늘과 땅 사이처럼 멀어지고 선가의 용어로 ‘귀신굴에 들어간다’고 꾸지람이나 당한다.
서산(西山)대사의 선시(禪詩) 가운데 이런 글이 있다. “십 년을 단정히 앉아 심성을 다스리니/ 깊은 숲에 새들도 놀라지 않네/ 어젯밤 송담(松潭)에 비바람 몰아치더니/ 고기들은 한 켠에서 놀고 학이 세 번 울더라(十年端坐擁心性 慣得深林鳥不驚 昨夜松潭風雨惡 魚生一角鶴三聲)”
그런데 위의 글은 자연 그대로의 섭리를 말한 것인데, 어생일각(魚生一角)을 기특상(奇特相) 내지 현묘상(玄妙相)으로 치부해서 “고기에 뿔이 하나 난 도리는 무엇입니까?” 이렇게 설문(設問)을 지어서 제방(諸方) 각 선원으로 돌린 일이 있다. 끝의 글귀가 어떠한 의미를 지녔는가? 눈이 있는 이들은 음미해 볼 일이다.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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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