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4월이 윤달이어서 결제가 좀 늦은 감이 있다.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로 변화가 많았던 계절을 지나며, 우리 선원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을 실감한다. 지난해 교계에는 많은 별들이 연이어 떨어졌다. 이제 선원에도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그 중에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또한 많음을 우리는 분명히 챙겨야 하리라.
내가 선방을 흐르는 구름처럼 다니던 시절은 선지식이 산중마다 사자후를 토해내던 시절이었다. 북쪽에는 전강스님, 남쪽에는 향곡스님, 경봉스님, 구산스님, 동산스님, 금오스님, 혜암스님 등등. 나의 스승이신 경봉선사는 평생 일기를 써오신 선지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1965년 4월 24일에 근세 범어사 큰스님이신 동산선사의 입적에 대해 쓰신 내용을 소개해 보자.
“범어사 동산선사(東山慧日: 1890~1965)가 부산 대각사(大覺寺)에서 오후 6시에 입적한 바 그 때 6시20분에 그 관경(觀景)을 보고 7시에 범어사로 호상(護喪)하고 이튿날 돌아오다.
종사의 입적을 보임 원래 일이 없는데/ 물소리 목 메이고 종소리 섧게 울며 달 가운데 조상하네/ 금정산 모습 의구히 푸르러/ 복사꽃 붉고 오얏꽃 흰 곳에 옛길을 통했네(宗師示寂元無事 水咽鐘鳴弔月中 金井山容依舊碧 桃紅李白古途通)”
이 즈음 선방은 참으로 살기가 어려웠다. 나라 경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려웠고 정화 직후이다 보니 방선(放禪) 시간에는 의례히 뒷산에 땔나무 운력하러 대중이 올라가야 했고, 한편으로는 땔나무 도벌꾼을 감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이 시절에는 대중 속에서 중죄를 지으면 산문출송(山門黜送)을 시켰는데, 걸망지고 산문을 나서면서까지 땔나무 도둑을 잡아 절 입구인 일주문에 나뭇짐을 되돌려 놓고 나서야 비로소 떠나는 지경이었다.
요즈음 스님들이야 먼 옛날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의 50대이상 스님들 누구나 겪었던 실화이다. 현재는 선방마다 심야전기로 난방하거나 보일러로 목욕물을 덥히기 때문에 어려울 게 별로 없지만, 예전에야 의례히 나무하고 군불 지피는 일은 다반사로 생각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오후 내내 나뭇짐을 져 나르고 저녁시간에 입선죽비를 치고 앉을라치면 온 몸이 쑤시고 졸음이 쏟아지더라도 누구 하나 불평·불만하지 않는 시절이었다. 아무리 요즈음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다 어렵게 지낸다면 불평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대신에 선지식들께서 항상 젊은 수좌들에게 안일한 수행자세를 질타하시고 당신들의 혹독했던 수행담을 들려주시면서 더욱 바짝 고삐를 죄곤 하셨다. 그래서 이른바 “포난(飽暖)에 생음심(生淫心)하고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이라” 한 금언으로 피곤을 달래던 시절이었다. 오로지 누가 먼저 한 소식 전하느냐가 가장 관심사였으니, 어떤 면으로는 수행환경이 지금보다 더 좋은 시절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 글
명정스님(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 불교신문 연재물 <명정스님의 선방이야기> 입니다. (이하 타이틀 생략...)
불교신문 :
http://www.ibulgyo.com
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