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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인사에서 공부할 때 은사스님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편지 내용은 짧았지만 그 어떤 법문보다 제 마음을 감동시킨 글귀가 있습니다. '방일자괴하고 하심정진하라'는 말씀이었는데요, 게으름을 부끄러워하고 하심으로 정진하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타성과 인습에서 거듭거듭 출가하지 않으면 방일한 마음은, 여름날 무성해지는 잡초처럼 우리네 마음을 거칠게 할지도 모릅니다.
하심하는 공부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기 성질이나 습관을 잘 다스리지 못해 후회하는 일이 우리에게는 더 많습니다. 어쩌다 버럭버럭 화를 내고 나면 그 기분이 며칠이나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호흡이란, 육안으로 모르지만 시험관에 넣고 액체공기로 냉각시키면 침전물이 생긴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침전물은 숨을 쉬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는데, 화를 내면 밤색, 고통이나 슬픔에선 회색, 후회할 때는 봉숭아빛을 낸다고 합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화를 낼 때는 이 침전물에 독소가 첨가된다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이 한 시간 동안 화를 냈을 때 사람 80명을 죽일 수 있는 독소가 나온다는 시험결과는 우리는 참 섬뜩하게 만듭니다. 결국 화를 낸다는 것은, 자신을 죽이고 남까지 망치는 일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자비심으로 집을 삼고 인욕심으로 옷을 입으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게으름과 하심없는 생활은 모든 허물의 바탕이 됩니다. 집에 있는 이가 게으르면 의식이 부족하고 사업이 쇠퇴하는 것처럼, 공부하는 이가 게으르면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성이 없는 삶과 점검 없는 생활은 황폐한 인생이 되기 쉽습니다. 오늘 하루도 방일을 멀리하고 하심을 실천하는 불자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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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