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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서도 TV 드라마 ‘야인시대’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번 주에 방영된 ‘김두한’과 ‘하야시’패의 한판 승부 장면은 세속뿐만 아니라 이곳 산중에서도 최고의 시청률을 차지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스님들은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텔레비전이 놓여 있는 ‘뒷방’ 스님들의 입을 통해 다음 날 재방영(?)될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승속을 막론하고 왜 모두 ‘김두한’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더 나아가 요즘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조폭 코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흔히 주먹 쓰는 사람을 ‘깡패’라 부르기도 하고 ‘건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깡패’와 ‘건달’은 그 뉘앙스가 비슷한 것 같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불교의 천신(天神) 가운데 ‘건달바(乾둾婆)’라는 이름이 있다. 이 건달바는 제석천의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서 정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조직’을 이끄는 천신이 바로 ‘건달바왕 (乾둾婆王)’이다. 한마디로 이 건달바는 불법을 지키는 ‘어깨’들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 절 문을 지키는 수문장 노릇을 하기도 한다. 즉 악한 무리로부터 중생을 보호하는 일을 맡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건달’이라는 말은 바로 이 ‘건달바’를 줄인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건달’의 본래 의미는 십만 팔천리나 멀어지고, 돈 없이 시비를 붙이는 난봉꾼을 뜻하는 용어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의 뜻을 두고 따진다면 ‘건달’은 약자를 보호해주는 순기능이고 ‘깡패’는 약자를 괴롭히는 역기능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주먹질을 해도 ‘건달’의 정신으로 행동해야 옳은 것이다. 우리 모두가 ‘김두한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조선 사람들의 억눌린 감정을 주먹으로 시원하게 풀어주었기 때문에 그는 ‘깡패’가 아니라 그 시대의 진정한 ‘건달’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하든 ‘건달’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이 사회적 역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기야 진정한 ‘건달’을 요구하는 곳이 어디 주먹세계 뿐이겠는가. 의리와 소신이 ‘정치 논리’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자들이 있다면 그 곳에서 더 절실히 요구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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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