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는 왜 서쪽에서 왔는가'
이 선가(禪家)의 암호 같은 화두를 앞에다 두고서
서래각에 앉아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왜 출가를 해야만 했는가를 생각합니다.
내가 과연 한 생명을 뺏을 수 있는가?
과연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가?
이미 내 몸이 세속의 70에 들었으나
아직도 이 뼈아픈 화두를 앞에다 두고서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합니다.
내가 말한 모든 법
그거 다 군더더기
오늘 일을 묻는가
달이 일천강에 비치리.
지금 생각하면 나의 출가는 나의 뜻이 아니라
부처님의 뜻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산복숭아나무꽃이 붉디붉은 이 계절에 스님은 어떻게 보내고 있습니까?
몸은 건강하신지 궁금합니다.
생(生)과 사(死)가 다 부처님의 뜻이온데
아직도 무(無)자 화두 속에서 파묻혀 살아가십니까?
바라옵건데 그 무의 경지를 저에게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럼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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