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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음이 곧 부처’라며 혜능스님의 일원론 발전시켜...
혜능스님 관심은 ‘性’이고, 도일스님은 ‘心’에 관심
중국 선종은 달마스님으로부터 시작하여, 6조 혜능스님을 그 발원지로 한다. 그러나 사상적으로나 교단적으로 ‘중국 선종’의 실질적인 형성은 남악회양의 선법을 계승한 강서(江西)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스님에 의하여 시작된다.
마조도일 스님은 한주(漢洲) 시방현(什方縣) 사람이다. 속성은 마(馬)씨이며 고향의 나한사(羅漢寺)에서 출가하였다. 생김생김이 예사롭지 않아 소걸음으로 느리게 걸었고 눈빛은 호랑이처럼 예리하였다. 혀가 코를 덮을 만큼 길었으며, 발바닥에는 법륜 문신 두 개가 있었다. 어려서 덕순사(德純寺)의 자주처적(資州處寂)에게 머리를 깎았고, 유주(州) 원률사(圓律師)에게 구족계(具足戒)를 받았으며, 선수행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신라 출신의 선승이었던 김화상 무상(無相)의 지도를 받기도 하였다. 높은 절개와 지극한 구도심으로 여러 곳을 다니며 두타를 행했으며, 이르는 곳마다 좌선하였는데, 당(唐) 개원(開院, 713∼742) 연중에 형악(衡嶽)의 전법원(傳法院)에서 선정을 닦던 중 남악회양스님을 만났는데 같이 공부하던 아홉 사람 가운데서 스님만이 심인(心印)을 이어받았다.
도일스님의 선법은, 지금 ‘각자 자신의 마음이 부처이다’ 라는 언구와 ‘평상심이 도’라는 표현을 통해서 잘 알 수가 있다. 스님의 설법을 들어보자. “대중들이여, 각자 자신의 마음이 부처임을 믿도록 하라. 이 마음이 바로 부처의 마음이다. 그러므로 법을 구하는 자라면 응당 구하는 것이 없어야 하니, 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없으며, 부처 밖에 따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3계가 오직 마음일 뿐(三界唯心)이며, 삼라만상이 한 법에서 나온 것이다. 도(道)는 닦을 것이 없으니 물들지만 말라, 평상심(平常心)이 도이다. 무엇을 평상심이라고 하는가. 조작이 없고, 시비가 없고, 취사(取捨)가 없고, 단상(斷常)이 없으며, 범부와 성인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평상심(平常心)’은 깨달은 자의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고, ‘마음이 부처’라고 할 때의 그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기 때문에 이때의 마음, 즉 평상심은 깨친 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만법의 근원으로서의 마음이기도 하며, 동시에 일상의 평범한 마음이기도 하다.
주지하듯이 혜능스님 이전에는 진성(眞性)이 중생심(衆生心) 속에서 망상(妄想)에 가려져 있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성(自性)은 진망(眞妄) 이원(二元) 가운데 하나가 된다. 그러나 혜능스님은 이러한 입장을 혁파하여 자성이 만법을 함장(含臟)하고 있기 때문에, 만법이 모두 자성으로부터 생겨나고 모두 자성 속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하면서 자성일원적(自性一元的) 태도를 나타낸다. 그런데 스님은 ‘마음이 곧 부처’라고 말하면서, 혜능스님의 일원론적 입장을 한층 더 발전시켜, 혜능스님의 성(性)에 해당하는 자리에 심(心)을 바꿔 놓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혜능스님의 경우 깨달음의 대상은 심(心)보다는 성(性, 眞性, 自性)에 있었다. 그러나 스님의 관심은 성(性)이 아니라 심(心)에 있다. 성(性)이 일심(一心) 가운데 불변(不變)의 측면을 뜻한다면, 심(心)은 인연(因緣)따라 변화하는 마음 그 자체를 말한다.
그렇다면 스님이 이처럼 성(性)을 심(心)으로 대치한 의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철저한 일원적 자세의 확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록 혜능스님이 자성일원(自性一元)을 말하고 있더라도, 그때 성(性)에는 여전히 상대되는 의미로서 상(相)이 있게 된다. 그러나 심일원(心一元)은 삼계유심의 의미를 지니므로 상대가 없다. 이것은 수행자가, 한편으로는 미혹한 범부의 입장이 아니라 깨친 자의 입장에 선다는 것을 의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깨달음의 지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깨달음을 향한 수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이처럼 깨친 자의 입장에서 깨달음의 지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서, 직지인심(直指人心)과 돈오견성(頓悟見性)을 표방하는 조사선(祖師禪)이 성립하는 것이다.
道는 닦을것이 없으니 바로 평상심이 道.
유위조작의 수행 부정이 남종 돈오선의 기본입장
마조도일(馬祖道一) 스님은 심성(心性)을 진성(眞性)과 망상(妄想)으로 이분하여 사망귀진(捨妄歸眞)을 주장하는 점수법(漸修法)을 조작(造作)된 수행(修行)이라고 부정하면서, 도(道)는 닦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수도(修道)나 좌선(坐禪)에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설파한다. 이것은 스님이 깨달음의 전제조건으로서의 수행 또는 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부정하는 ‘불수돈오(不修頓悟)’를 그의 수증관(修證觀)의 중심자리에 놓는 것을 의미한다.
스님은 설파한다. “자성(自性)은 본래부터 구족(具足)되어 있으므로, 다만 선(善)이니 악(惡)이니 하는 일에 머물지 않기만 하면 도 닦는 사람(修道人)이라 할 것이다. 성문(聲聞)은 성인(聖人)의 마음에는 본래 지위(地位), 인과(因果), 계급(階級)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마음으로 헤아리고 망상(妄想)을 지어서 인(因)을 닦아 과(果)을 증득(證得)하려 한다.
그러나 텅 빈 선정(禪定)에 머물러 수만 겁(劫)을 지나 비록 깨닫는다고 하여도 깨닫고 나서 도리어 미혹(迷惑)해진다. 모든 보살(菩薩)이 성문(聲聞)을 마치 지옥의 고통과 같이 보는 것은, 성문이 이처럼 공적(空寂)에 빠지고 막혀서 불성(佛性)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道)는 닦을 것이 없으니 물들지만 마라. 평상심(平常心)이 도다.”
스님이 유위조작(有爲造作)의 수행(修行)을 부정하여 도불용수(道不用修)를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서는 오해의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스님의 주장이 도를 닦는 사람들이 발심(發心)하고 노력(勞力)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실제로 선의 역사에서 종종 있어왔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스님의 도불용수(道不用修)가 가지고 있는 의미란, 도란 본래 완전히 갖추어져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므로, 유위조작(有爲造作)을 통하여 점차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지, 학인(學人)들의 발심노력을 부정하는 말은 아니다.
스님은, 이점은 혜능스님도 마찬가지이지만, 점수론자(漸修論者)들의 결정적인 오류를 유위조작이라는 수행의 과정을 통하여 도(道)를 얻고자 하는 데에 있다고 여긴다. 다시 말해서 선(禪)이란 도(道)를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니라, 중생(衆生)의 전도(顚倒)된 견해(見解)를 교정(矯正)하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 남종(南宗) 돈오선(頓悟禪)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학선(學禪)이란, 점차적으로 닦아 자신의 불완전함을 보충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착각(錯覺)하고 있음을 돈오(頓悟)하여 자신이 본래 아무 문제가 없는 완전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일이 된다.
스님이 깨침의 전제조건으로서의 조작된 수행을 부정하는 것은 혜능스님 이전의 수행을 통하여 깨침에 이른다는 수인증과(修因證果)를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스님이 한편으로는 혜능스님의 정혜불이(定慧不二) 불이법(不二法)을 계승하는 것을 의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망귀진(捨妄歸眞), 좌선관행(坐禪觀行)이라는 혜능스님 이전의 선종(禪宗) 수행법(修行法)인 좌선법(坐禪法)을 자신의 일심법(一心法)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스님은 문하에 800명 내지 1000여 명이 넘는 대회상(大會上)을 이끌면서도 제자들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깨달음으로 이끈 대스승이다. 스님의 제자 가운데에서 세상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선사는 88명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41), 서당지장(西堂智藏, 738∼817), 남전보원(南泉普願, 748∼835), 단하천연(丹霞天然, 739∼824) 등과 같은 스님들은, 주지하듯이 ‘선(禪)의 황금시대’로 불리는 당대(唐代) 선종(禪宗)의 화려한 막을 올린 거장들로, 지금까지도 회자(膾炙)되고 있는 분들이다.
또한 중국 강서성 중앙부에 위치한 홍주(洪州) 개원사(開元寺)에서 가르침을 편 스님으로부터 유래된 홍주종(洪州宗)은 이후 백장회해(百丈懷海) - 황벽희운(黃蘗希雲) - 임제의현(臨濟義玄)으로 이어지면서 중국선의 사상적 표준으로 확립되게 된다.
[ 출처:불교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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