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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묵)
■ 혜봉 : 관세음보살은 뭐죠? 경전에 보면 손과 팔이 천 개요, 눈이 천 개라 했는데 육안으로 보여지는 이와 같은 손이 (손을 들어 보이면서) 천 개나 있을까요? 정말로 이와 같은 손과 눈이 천 개씩 있다면 어떤 모양입니까?
▶ 괴물과 같습니다.
■ 혜봉 : 그러면 천수천안이라는 것은 어떤 손, 어떤 눈을 말합니까?
▶ 천 개의 손이라는 것은 자비의 손으로 이 세상의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한량없이 돕는 것이며, 천 개의 눈이라는 것은 자비의 눈으로 이 세상의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을 낱낱이 살피는 것입니다.
■ 혜봉 : 자비의 손으로, 자비의 눈으로 고통받는 중생들을 낱낱이 살피면서 한량없이 돕는 행위는 어디서 나옵니까?
▶ 마음에서 나옵니다.
■ 혜봉 : 정말로 이 마음이라는 것은 뭐죠?
▶ 이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 혜봉 : 마음은 모양이 있습니까?
▶ 아니요.
■ 혜봉 : 색깔이나 말이나 냄새나 맛이 있습니까?
▶ 아니요.
■ 혜봉 : 그러면 '사물을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숨쉬고, 맛을 보고, 말을 하고, 물건을 들고, 똥을 누고, 길을 가고 하는 것'은 무엇이 합니까?
▶ 몸이 합니다.
■ 혜봉 : 정말로 몸이 합니까?
▶ 예.
■ 혜봉 : 죽은 시체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숨쉬고 맛을 보고 말하고 손으로 잡고 길을 가고 똥을 누고 합니까?
▶ 아니요.
■ 혜봉 : 그러면 무엇이 이와 같이 하죠?
▶ 마음이 하는 것 같습니다.
■ 혜봉 : 마음이 한다면 마음은 어디에 있습니까?
▶ 몸에 있습니다.
■ 혜봉 : 마음이 몸에 있다면 몸 어디에 있습니까?
▶ 몸 속에 있습니다.
■ 혜봉 : 마음이 몸 속에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서 몸 밖에 있는 것을 알지요?
▶ 몸 안에서 몸 밖에 있는 것을 보고 압니다.
■ 혜봉 : 그렇다면 몸 안에 있는 것은 밖에 있는 것보다도 더 소상하게 알겠군요.
▶ 그렇지는 않습니다.
■ 혜봉 : 마음이 몸 안에 있으면서 어찌하여 몸 안의 상황을 잘 모르죠? 자, 보세요. 우리가 이 방에 있을 때는 이 방 안에 있는 것을 다 보고 다 알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 다 알 수 있습니다.
■ 혜봉 : 그러면 마음은 어찌하여 자신의 몸 안에 있으면서 자신의 몸 안에 있는 것을 모르죠?
▶ 몸 밖에 있는 것 같습니다.
■ 혜봉 : (죽비를 들어 보이면서) 여기에 그대 마음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 혜봉 : 그러면 몸 밖 어디에 있습니까?
▶ 허공에 있는 것 같습니다.
■ 혜봉 : 허공에 있다면 저 멀리 지구 밖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압니까?
▶ 잘 모릅니다.
■ 혜봉 : 그러면 아프리카나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압니까?
▶ 아니요.
■ 혜봉 :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은 고사하고라도 이 건물 밖에서 일어나는 일도 잘 모르지요.
▶ 예.
■ 혜봉 : 그러면 마음이 몸 밖에 있다고 했는데 어디에 있지요?
▶ 잘 모르겠습니다.
■ 혜봉 : (죽비를 들어 보이면서) 이것을 보세요. 보고 있습니까?
▶ 예.
■ 혜봉 : 마음이 어디에 있지요?
▶ (누군가 대답한다) 보는 데 있습니다.
■ 혜봉 : (죽비를 치우고) 지금은 어디에 있습니까?
▶ …(침묵)
■ 혜봉 : 볼 때는 보는 것을 알아차리고, 들을 때는 듣는 것을 알아차리고, 냄새 맡을 때는 냄새 맡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할 때는 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일할 때는 일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호흡명상할 때는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밥 먹고 물 마시고 걷고 움직일 때는 밥 먹고 물 마시고 걷고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마음이 무엇인지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또 그 마음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여실히 참구해 가세요. 그러다 보면 마음이 무엇인지 참다운 자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 저는 공부 중에 제 몸이 썩어 무너지면서 모든 세포가 흩어져 없어지더니 결국 내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라고 하는 것이 없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혜봉 : 정말로 나라고 하는 것이 없던가요?
▶ 없었습니다.
■ 혜봉 : 그러면 내 마음은 있던가요, 없던가요.
▶ 제 마음도 없었습니다. 몸도 사라지고 마음도 사라지고 허공만 남았습니다.
■ 혜봉 : 그렇다면 그대의 본질은 뭐죠?
▶ 무(無)입니다.
■ 혜봉 : 그러면 이 우주에 있는 형상이 있는 모든 것들은 어떠합니까?
▶ 역시 무(無)입니다.
■ 혜봉 : (연필을 들어 보이면서) 이것도 무(無)인가요?
▶ 예.
■ 혜봉 :(꽃을 들어 보이면서) 이것도 무(無)인가요?
▶ 예.
■ 혜봉 : 사람이 부모로부터 몸 받아서 이 세상에 나오기 전이나 이 펜이나 꽃이 만들어져서 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없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말하자면 이 우주에 있는 삼라만상 모든 것들이 본래 형상이 없는 데서 나왔습니다. 몸도 내 몸이라 할 것이 없고, 마음도 내 마음이라고 할 것이 없고, 인생도 내 인생이라 할 것이 없고, 재물도 내 것이라 할 것이 없고, 생각도 내 생각이라 할 것이 없고, 감정도 내 감정이라 할 것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본래 나니 너니, 내 것이니 네 것이니 할 것이 없는데 사람들은 내 인생은 실패했다 하고 누구는 성공했다 하고, 나는 돈이 없다 하고 누구는 있다 하고, 나는 슬프다 하고, 나는 외롭다 하고, 나는 미치겠다 하고, 나는 안 된다 하고, 나는 되는 게 없다 하고, 나는 불행하다 하고, 나는 능력이 없다 하고, 나는 두렵다 하고, 나는 쪽팔린다 한다 말입니다. 또, 누구는 밉다, 바보 같다, 병신 같다, 원수다, 꼴도 보기 싫다, 생각만 해도 닭살 돋는다, 또 누구는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보고 싶어 미치겠다 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와 같은 것이 본래부터 있습니까?
▶ 없습니다.
■ 혜봉 : 그러면 이와 같은 것들이 다 뭐죠?
▶ 다 생각이 만든 망상입니다.
■ 혜봉 : 그렇습니다. 본래 없는데 사람들은 온갖 생각으로 망상을 일으켜 있지도 않은 것을 만들어서 '있다ㆍ없다' 하고, '좋다ㆍ싫다' 하고, '맞다ㆍ틀리다', '네 것이다ㆍ내 것이다', '선이다ㆍ악이다' 하면서 싸우고 죽이고 합니다. 자신이 이러한 일을 저지르고 있으면서도 남을 탓합니다. 정말 참회해야 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돌이켜 보면 다 알 수 있습니다.
▶ (눈물을 흘리면서) 저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본래 없는 것을 온갖 망상으로 만들어서 헤매고 살았습니다.
■ 혜봉 : 그러시다면 돌아가서 지금까지 망령되이 살았던 삶들을 돌아보면서 낱낱이 참회하시고 더 이상 망령되이 망상을 지어서 헤매지 않도록 본래 내가 없고 내 마음이 없는 자리를 잊지 않도록 정진해 가세요. 그리고 내가 없고 내 마음이 없는 것이 항상 분명하면 다시 와서 공부 점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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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