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사들의 화두(話頭)를 참구하는 자세와 방법 가운데 ‘고양이가 쥐를 잡듯 하라.’ ‘닭이 알을 품듯이 하라.’ ‘실타래 풀리듯이, 물 흘러가듯이 하라’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하라’는 말은 고양이가 일단 쥐가 다니는 곳을 노리고 있으면 오로지 쥐가 나타날 것만 기다리고 있지 다른 잡념이 없다. 고양이나 겨울에 동면하는 뱀 등등 동물들이 가만히 있으면서 식(識)을 맑히기 때문에, 사람의 몸을 받게 되면 그렇게 재주가 뛰어나다고 한다. 그런데 살생을 많이 한 업보로 명이 짧거나 병이 많다고 한다.
예전에 납월 파일 성도절을 맞아 신도 50여명과 용맹정진하기에 앞서 내가 한마디 하였다. “이 용맹정진은 수좌들이나 재가 신도들이나 범부를 고쳐 성인(聖人)이 되고자 몸부림치는 것이다. 참선공부가 잘 안되고 힘들더라도 한 번 용맹심을 내어서 도전해 보는 것이다. 그러니 잠이 오더라도 허벅지를 잡아 꼬집어 비틀고 애를 쓰며, 잠에 지지 말고 한 번 정신집중을 해보는 것이 용맹정진이다. 더욱이 납월 파일은 싯달타 태자께서 계명성(啓明星)을 보고 성불한 날이다. 공부가 잘되고 안되고, 견성(見性)을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 날을 기념하고 본받아서 우리가 밤을 새워 정진하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성스러우며, 참으로 축복 받은 정진인가 한 번 용맹심을 내어 일념만년으로 몰아쳐 봅시다.”
어떤 중이 조주(趙州) 화상께 하직하니, 조주가 말했다. “부처님이 계신 곳엔 머물지 말고 부처님이 없는 곳은 급히 지나쳐 버려라. 그리하여 삼천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든 이야기하지 말라.” 하니, 그 중이 대답하되, “그러면 떠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선사가 “버들 꽃을 따고 버들 꽃을 따거라.” 하였다. 운문 고(雲門 )가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부처님 계신 곳에 살지 말라니 무쇠로 된 저울추에 좀이 슬었고 부처님 없는 곳은 빨리 지나가라니 숭산(嵩山)의 파조타(破墮)를 만나게 됐네. 삼천리 밖에서 잘못 말하지 말라니 두 개의 돌장승이 귓속말을 하였네 그러면 떠나지 않겠다 하니 이 말이 어느덧 천하에 퍼졌네 버들 꽃을 따고 버들 꽃을 땀이여 옴 마니다니 훔바탁이로다.”
요즈음 웰빙시대를 맞아 전국적으로 참선수행 붐이라고 한다. 한 가지 명심할 일은, 눈 먼 선지식과 눈 밝은 선지식을 잘 가려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수많은 선지식들이 줄지어 열반하셨고, 올해는 석주(昔珠), 숭산(崇山) 큰스님 두 분이 가셨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캄캄한 세상에 밝은 일월과 같은 분들이신데….
성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우리들 스스로 열심히 정진해서 도인이 되는 수밖에 없다. 한 번 의심가는 화두에 몰두하면 수월선사처럼 솥뚜껑에 불이 붙든지 말든지, 경허스님처럼 시퍼런 칼을 앞에 놓고 생사를 걸고 해봐야 한다. 아니면 삼소굴 노사처럼 잠을 쫓으려고 차디찬 얼음이라도 입에 물고 한 번 밀어붙여 봐야 한다. 금생에 안 태어난 셈치고 말이다. 지금까지 서투른 글 읽어준 독자 여러분께 당부드린다. “이번 겨울 다 가기 전에 모두들 한 소식 하시기 바란다.”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 지금까지 '불교신문' 연재물
<명정스님의 선방이야기> 이었습니다.
수행의 향기를 잘 간직하셔서 생활속에 스스로 피워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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