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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인 : ◐ 달빛이 좋아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중에 보름달이 뜨면 마치 대낮처럼 환하다.
보름달이 뜬 날 밤, 달빛이 너무 좋아 마루에 앉아 있었다.
세상은 고요하기만 한데 소쩍새는 연신 '소쩍소쩍' 하며 산의 적막을 흔들었다.
초가을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기만 하였다.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온 산이 불그스레 물이 드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마당에 나와보니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동이 트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는 것이었다.
오롯이 밤을 지새우고 맞는 아침은 정말 대단한 환희였다.

  하얀 달빛에 묻혀

  청산은 깊이 잠이 들었나.

  뒷산 너머로

  달이 기울 때까지

  소쩍

     소쩍

  소쩍

     소쩍

  목이 쉬도록 산골을 흔들어도

  청산은 아무 말이 없더니

  소리없이 아침햇살이 내리면

  그제서야 부시시 기지개를 켠다.

― 능인스님의 『선방 이야기 토굴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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