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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스님의 지휘로 메주 쑤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대중생활이고 보니 언제나 분업은 철저히 시행된다. 콩을 씻어 삶는 것으로부터 방앗간을 거쳐 메주가 되어 천장에 매달릴 때까지의 작업 과정에서 대중 전체의 손이 분업 형식으로 거치게 마련이다. 입이 많으니 메주의 양도 많고 손이 많으니 메주도 쉽게 천장에 매달렸다.
스무말들이 장독에는 수 년을 묵었다는 간장이 새까맣다못해 파랗고 흰빛까지 드러내보이면서 꽉 차 있지만, 어느 때 어떤 종류의 손님이 얼마나 많이 모여 와서 간장을 먹게 될지 모르니까, 언제나 풍부히 비축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 원주 스님의 지론이다.
동안거를 작정한 선방에서 겨울을 지내자면 김장과 메주 작업을 거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은 선객들의 불문율로 되어 있는 관습이다. 김장과 메주 울력이 끝난 다음에 온 스님들은 송구스럽다면서 낮 시간의 좌선을 포기하고 땔나무 하기에 열중했다. 그러자 전체 대중이 땔나무 하기에 힘을 모았다.
상원사는 동짓달부터 눈 속에 파묻히면 다음해 3월초까지는 나뭇길이 막혀버린다. 눈 속에서는 나무와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땔나무는 많을수록 좋았다.
상원사를 기점으로 반경 2㎞ 이내의 사방에서 고목 넘어지는 굉음이 며칠 동안 요란하더니, 이십여 평의 장작이 열사흘날 오후에 나뭇간에 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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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