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람이 넘어지면 3년밖에 못산다는 전설이 있는
고개를 넘어오다 그만 그 고개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앞으로 3년밖에 못산다고 실의에 빠져 슬퍼하면서
마침내 앓아 눕게 되었습니다.
그 집 앞을 지나던 어떤 스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말합니다.
'여보시오, 뭐가 걱정이오. 그 고개에 가서
열 번 스무 번 더 넘어지면 될게 아니오.
한 번 넘어질 때마다 3년을 더 살게 될테니까.'
보통 사람들은 시각이 고정되어 있어
좀처럼 열린 사고를 하지 못합니다.
즉 고정관념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부정적이고 닫힌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대상은 어쩔 수 없이 부정적으로 반영돼 버립니다.
마치 빨간 색안경을 끼고 있으면
대상이 빨갛든 빨갛지 않던 간에 빨갛게 보이는 것처럼...
'깨달음'이란 말은 '깨다'에서 나오지 않았나 하는데,
잠에서 깨어나고, 고정된 자기의 틀을 깨는 게
깨달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죽음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무학대사의 고사처럼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거 말입니다.
이것은 시각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죽을 나무 밑에는 살 나무가 있는 법입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열악한 상황도
다시 보면 분명히 새롭게 움트는 생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새롭고 긍정적이고 열린 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의 시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말씀을 많이 듣고
생각을 고요히 하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부처님과 중생은 본래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연속해 있습니다.
'Buddha'라는 말이
'깨친 이', '진리에 눈 뜬 이'라는 뜻임을 볼 때,
누구든지 진리를 깨달아 바로 본다면
부처님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들은 육신의 눈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중생이고,
마음의 눈, 존재의 실상을 바로 보는
지혜의 눈이 있기 때문에 부처님인 것입니다.
『금강경』에 보면 부처님께서는 오안(五眼)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육안만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수행을 통해 천안, 혜안, 법안, 불안을 성취해 나간다면
존재의 실상을 바로 볼 수 있고
부처님과 같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눈은
나이가 들면 그냥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또 쉽게 얻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바른 소견은 몇 가지 인연으로 생기는가?"
"두 가지 원인(인)과 조건(연)으로 생긴다.
남에게 듣는 것과 자기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니라."
『중아함경』
부처님 말씀을 귀담아 듣는 것이,
텅 빈 마음으로 그 말씀을 고요히 생각하는 것이
바른 소견이 생기게 하는 인연이 된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여러분들처럼 법회를 찾아 법문을 듣고
칼럼을 찾아 부처님 말씀을 접하는 것도
바른 소견을 일으키는 인연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눈은 보기 좋은 것만을 보려고 하고,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보며,
가까이 있는 것밖에 보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눈에 속아서
정말 진실하고 좋고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놓치고
살아가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보기 위해서 눈을 감는다."던
폴 고갱의 마음의 눈이 부럽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어둠 속에 헤매면서
불안하고 괴롭도록 우리 자신을 방치해 두어서는 안됩니다.
더 이상 조그마한 세계에 안주하며 자신을 묶어두어서는 안됩니다.
마음의 눈을 멀게 하는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 단견 등의
낡은 틀을 벗어 던지고 순수한 마음으로
존재의 실상을 바로 보는 지혜의 눈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있는 그대로 실상을 바로 봄(여실지견)은
퇴화돼 있었던 마음의 시력, 부처님의 눈을 얻는 것이고,
그것은 행복의 첫 관문이자 마지막 문입니다.
행복하소서.
(에세이 불교에서 발췌...)
|
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