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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릉(錦陵) 땅에 유(兪)씨 성을 가진 할머니가 있었다. 시장에서 떡 장사를 하면서도 부지런히 낭야(瑯慧覺)스님 회상에 법문 들으러 다녔다. 낭야스님이 유노파에게 임제(臨濟)스님의 ‘무위진인(無位眞人)’ 화두를 들게 하였다. 순일무잡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구월심(日久月深)으로 오로지 화두 드는 일 외에는 아무런 잡념이 없었다.
하루는 어떤 거지가 연화악(蓮華樂: 중국민요)을 노래하기를 “유의(柳毅)가 편지를 전하러 가지 않았던들 무슨 인연으로 동정호까지 갔겠는가” 이 노래를 듣고는 홀연히 깨달아 떡판을 땅에다 던져버리니, 영감님이 옆에서 한마디 했다. “이 할매가 미쳤나!” 할머니가 영감을 주먹으로 한 방 먹이고는 “당신이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니라” 하고는 낭야 선사에게 달려갔다. 낭야가 멀리서 바라보고 이미 공부가 익은 줄 알고 묻기를 “어떤 것이 형상 없는 참사람인고?” 유노파가 소리 높여 대답한다. “형상 없는 참사람이 하나 있는데/ 팔은 여섯 머리는 셋 가끔 성도 내더라/ 빛나는 보배 산에 양쪽으로 길이 나니/ 억 만년 흐르는 물이 봄이 온 줄 모르더라(有一無位人 六臂三頭怒力嗔 一璧華山分兩路 萬年流水不知春)”
낭야스님이 그 자리에서 유노파를 인가하여 주었음은 물론이다. 이 떡장수 할머니의 마음 닦은 일화는 ‘바빠서 어떻게 참선을 하겠느냐’ 하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만하다. 바쁘다 바쁘다고들 하는데, 참으로 바쁜 것은 자기에게 있는 그 형상 없는 주인공을 찾는 것이 정말 바쁜 일이고, 그 외의 일은 세세생생에 익혀온 업에 끄달려서 정말 업대로 사는 것일 뿐이다.
옛날에 어떤 스님 세 분이 경산(徑山法欽: 714~792) 화상을 뵈러 가던 길에 벼 베는 한 노파를 만났다. “경산 가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노파가 대답했다. “똑바로 가세요.” 조주(趙州)스님 당시에도 어떤 노파가 오대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으면서 스님들이 그 노파에게 오대산으로 가는 길을 물으면 “곧장 가시오” 하여, 그 스님이 서너 걸음 내딛으면 “똑똑해 보이는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나!”
임제스님도 한창 행각할 때 속가 친척들과 마을에서 사는 평산(平山) 화상을 친견하러 갔다. 동구 밖에서 어떤 부인이 밭을 갈고 있기에 평산스님께로 가는 길을 묻자, 그 부인이 소 궁둥이를 힘껏 치면서 “이랴, 이 놈의 소. 나이가 네 살이나 처먹도록 제 갈 길도 모르는구나!”
임제스님이 그 부인에게 법문도 듣고 길도 안내 받아 평산스님을 뵙고 그 이야기를 드렸더니, 평산스님 말씀이 “아 이 사람아. 그 밭 갈던 부인이 우리 형수일세” 하였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들 선지식의 안목을 갖춘 분들인 셈이다. 또 다른 스님이 물었다. “노파는 어디에 사시나요” “그저 여기에 있지요” 세 스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노파는 차 한 병을 다려 찻잔 세 개를 소반 위에 받쳐 갖다놓고 말했다. “스님네가 신통이 있거든 차를 마시시오” 세 사람이 대답이 없었고 또 감히 차를 마시지 못했다. 이에 노파가 말했다. “이 노파가 신통을 부릴 터이니 구경이나 하십시오” 그리고는 찻병을 들어 차를 따라서 돌렸다.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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