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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etc : ◈ [현묵스님] 스님들의 건강 비법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들은 몸에 밴 자기 관리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잠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물 마시고, 숨쉬고 운동하는 일상의 삶 곳곳에 건강의 지혜가 깃들여 있다. 순천 송광사 스님들의 2박 3일 '동거' 취재기.
《이승재 동아일보 생활부 기자》


원광대 김종인 교수(보건행정학과)는 1962년부터 1993년까지 일간지에 사망기사가 나온 각계 인사 1283명을 대상으로 직업별 평균수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최장수 직종은 종교인이었다. 평균 수명이 79.5세로 정치인(71.5세)과 연예인(70.6세)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종교인들은 왜 장수할까. 기자는 이런 의문을 풀 겸 1200년의 역사를 지닌 고찰 송광사(전남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를 찾았다. 2박 3일간 스님들과 동거하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밀착취재했다. 송광사에 머무르는 동안 탈옥수 신창원이 이곳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순천시내에서 붙잡혔는데, 그로부터 꼬박 이틀이 지나서야, 그것도 하루 늦게 배달된 신문을 통해 그 소식을 알게 됐을 만큼 송광사는 규모와 유명세에 비해 속세와는 퍽 떨어져 있었다.


송광사 스님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칠까’
‘칼’ 같은 하루 일과, 선체조로 몸 다듬기


스님들은 일주일 낮밤을 잠 자지 않고 기도와 수행으로 보내는 ‘용맹정진’ 등의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매일 단 10분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스님들은 보통 새벽 3시에 기상한다. 그러나 선방(禪房)에서 수행하는 선승들의 경우는 이보다 1시간 빠른 새벽 2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송광사의 유나승인 현묵스님의 일과를 살펴 보자. (유나승은 방장스님을 도와 선원의 기강을 바로잡고 참선 분위기를 조성하는 총책을 맡은 스님. 군대로 치자면 ‘군기 반장’인 셈이다).

▲ 오전 2∼5시 : 기상과 동시에 예불차 선방에 들어가 참선
▲ 5∼6시 : 산책과 간단한 운동에 이어 휴식
▲ 6∼8시 : 아침공양(식사), 산책, 차 마시기, 휴식  
▲ 8∼10시 : 참선
▲ 10∼11시 : 법당의 정례의식 (불공기도) 동참
▲ 11∼오후2시 : 점심공양, 산책, 차 마시기, 휴식
▲ 2∼5시 : 참선    
▲ 5∼6시 : 방 및 마당 청소, 운동, 산책
▲ 6∼7시 : 저녁식사 및 휴식    
▲ 7∼9시 : 예불입선    
▲ 9시 : 취침


현묵스님은 운동으로 선(禪)체조에 열중한다. 그는 선승들에게 일종의 맨손체조인 이 선체조를 가르치고 있다. 현묵스님에 따르면 선체조의 ‘3박자’는 긴장과 이완과 밸런스. 긴장과 이완을 통해 기(氣)를 모았다 내보냈다 하기를 반복하면 몸은 생기를 잃지 않는다. 긴장과 이완이 균형을 이뤄야 근육이 비대해지거나 반대로 느슨해지는 것을 막고, 운동으로 인한 피로도가 뇌를 ‘즐겁게’ 하는 수준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보디빌딩을 통해 ‘만든’ 몸은 역삼각형이지만, 현묵스님의 체형은 호리호리한 일자형이다. 불룩한 근육(현묵스님은 이것을 기의 운동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근육이라 하여 ‘객(客)살’이라고 표현했다)은 없었으나, 온몸에서 매우 단단하고 ‘차진’ 근육이 느껴졌다. 현묵스님은 선체조 도중 갑자기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광경을 보여줬는데, 두 다리를 좌우 일자로 뻗으며 공중에 붕 뜬 순간 지면과의 거리가 족히 150cm는 돼 보였다.

현묵스님은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선체조를 응용한 맨손체조를 제안했다. 각각의 동작을 매일 4∼5회 반복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평소 자주 움직이는 쪽의 반대 방향으로 근육을 움직여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원리다(반성운동). 야구에서 투수가 종종 손을 뒤쪽으로 털면서 손과 팔을 풀어주는 행동과 같은 것. 이렇게 하면 특히 허리 어깨 무릎관절 등에 몰렸던 피로가 분산된다.

① 의자 등받이에 양손을 걸치고 무릎을 편 채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②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만세 자세를 한 후 허리를 앞으로 펴 배가 한껏 튀어나오게 했다가 원상태로 돌아가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때 팔꿈치는 굽히지 않고 편 상태라야 한다. ③ 의자 등받이 부분을 뒤로 잡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주저앉아 허벅지와 정강이가 맞닿지 않도록 한다. ④ 뒤로 깍지를 낀 채 허리를 구부려 머리를 최대한 땅까지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한다. ⑤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두 팔을 벌려 벽을 짚은 뒤 팔꿈치를 편 채 허리를 앞으로 쭉 폈다가 원상회복하기를 반복한다.

현묵스님은 “인간의 하루가 앉은 자세로 8시간, 선 자세로 8시간, 누운 자세로 8시간씩 이뤄질 때 가장 자연스런 몸상태를 유지하게 돼 잔병치레가 없다”고 했다.

앉는 시간이 이를 초과하면 척추나 엉덩이에, 서 있는 시간이 초과하면 다리에, 눕는 시간이 많으면 목과 머리에 무리가 가므로 적당한 ‘반사운동’을 통해 몸의 밸런스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


절은 ‘종합 요가’

스님들은 108배(拜)로 하루를 시작한다. 절은 ‘종합 요가’라는 게 스님들의 설명인데, 절을 하면 다리는 물론 내장까지 튼튼해져 피가 맑아지고 머리도 따라서 맑아진다는 것이다. “대입수험생들이 매일 108배만 하면 어떤 대학에도 들어간다”고 장담하는 스님까지 있을 정도. 대장 운동이 활발해져 숙변도 없어진다.

절하기의 ‘운동량’은 얼마나 될까. 인제대 의대부속 상계백병원 비만클리닉의 강재헌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절은 한 장소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행위. 강교수는, 절하기는 ‘수행’의 정신 작용을 제외하면 ‘걸레질하기’나 ‘자동차 닦기’와 비슷한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시간당 소모 칼로리는 200∼250kcal.  테니스(복식)가 시간당 250∼300kcal를 소모하므로 절은 같은 시간에 테니스 복식경기를 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칼로리를 소모하는 고강도 운동이었다.

송광사 스님들은 108배를 끝내는 데 보통 15∼20분이 걸렸다. 1분당 5∼7회씩 절하는 셈이니 한 번 절하는 데 8∼12초가 걸렸다. 스님들은 나물 위주의 채식을 하므로 열량섭취가 ‘속세’ 성인 남성의 3분의 2 수준(1800∼2000kcal)밖에 안 된다.  강교수는 “그러니 스님들의 경우는 천천히 절을 해도(시간당 200kcal 소모) 1시간이면 하루 종일 섭취한 열량의 1할 가량을 소모하게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小食, 小言, 小思

송광사 스님들은 먹고 싶은 만큼 밥과 반찬을 식판에 떠먹는 ‘자율배식’을 하고 있었다. 반찬은 김치와 나물류 위주로 대개 5∼6가지가 나온다. 스님들은 이 중에서 3∼4가지를 골라 먹는다. ‘높은’ 스님들은 반찬들이 종류별로 미리 대접에 놓여 있는 ‘VIP용’ 밥상을 이용하지만, 메뉴 자체는 ‘위 아래’가 없이 평등했다. 두 끼에 한 번 꼴로 감자튀김이나 야채튀김 같은 튀김류가 나와 식물성 기름을 섭취했다. 한쪽에는 고추장 대접이 놓여 있어 이 나물 저 나물을 덜어다 고추장에 비벼 먹는 스님들이 많았다. 젊은 스님들은 밥이 불룩하게 산을 이룰 만큼 ‘양껏’ 먹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관록 있는 선승들은 먹고 싶은 양의 7∼8할 정도로 절제하며 먹는 모습이었다.

식사시간은 통상 10분을 넘지 않았다. 많이 씹어야 하는 육류가 식단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밥상머리에서 대화를 삼가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다. 스님들은 소식(小食)ㆍ소언(小言)ㆍ소사(小思)가 장수의 지름길이라고 일러줬다.

그렇지만 스님들 사이에도 비만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한 젊은 스님은 “특히 주지 출신 스님들은 몸이 비만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은 송광사에 들어오면 ‘비만=수행 부족’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데 당황해 다이어트를 하는 등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살을 빼는 경우에도 끼니를 거르는 일은 없다. 한 끼로 먹을 양을 세 번에 나눠먹는 방법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식사조절을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절 음식에는 파, 마늘처럼 냄새가 강한 재료를 쓰지 않는다. 냄새가 독하고 오래 남아 자신뿐 아니라 남의 수행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송광사에서는 무, 배추, 들깨, 참깨, 가지, 고추, 콩 등을 절 안에 있는 텃밭에서 직접 경작해 일부를 조달하는데, 조미료는 전혀 넣지 않는다.

대신 ‘밥’에 ‘베리에이션’을 주어 입맛을 돋운다. 쌀밥만으로는 ‘심심해서’ 흰 쌀밥-보리밥- 찰밥 등으로 바꿔가는 것이다. 선승들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여름이나 ‘용맹정진’ 중에는 오전에 잣죽이나 땅콩죽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열량이 높은 죽을 먹기도 한다. 차는 녹차 오룡차 홍차 중국차 매실차 등을 번갈아가며 마신다.


눈 뜨기 전 와불 자세

아침에 눈뜨기 전 5분간은 오른쪽으로 눕는다. 부처님이 누워 있는(와불) 자세와 동일한 모습인데, 이렇게 누우면 수면중 머리로 몰렸던 혈액이 몸 오른쪽에 있는 간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간의 피로회복 기능이 강해진다는 것. 또한 위장이 흘러 내려가는 방향으로 눕게 되므로 뒤틀렸던 위장이 바로잡혀 소화기능도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시 잠들 우려가 있으므로 그날 할 일과 수행정진할 목표를 생각한다.

오른쪽으로 누운 뒤 되도록이면 허리와 무릎을 구부려 새우와 같은 모양이 되게 한다. 이렇게 구부린 모습은 양수 속에 잉태된 태아와 닮았다. 인간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자세라고 한다.

스님들도 피로가 몰려오면 낮잠을 잔다. 그러나 참선시간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감길 듯 말 듯한 ‘가수면’ 상태가 대부분이다. 와불자세로 10분만 선잠에 들어도 웬만한 피로는 회복된다고 스님들은 설명했다.

일단 기상하면 결가부좌나 반가부좌 자세로 앉아 양 손바닥을 20∼30초간 마주 비빈다. 손바닥을 마사지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다시 손바닥으로 얼굴-귀-목둘레-배-허리의 순서로 각각 자기 나이 수만큼 문지른다. 되도록 원을 그리면서 문지르도록 하며, 특히 복부는 위가 내려가는 방향에 맞게 시계 방향으로 문지른다. 배를 자극하면 내장기능이 원활해진다. 허리를 마사지하면 신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 ‘소변이 줄기차게 쏟아져 나온다’고.


정신집중으로 숙면한다

몸이 너무 피곤하면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 신경 쓰는 일이 많아 불면증에 시달리는 스님도 있다. 숙면에 빠지고 싶을 때는 오히려 정신을 집중하도록 한다. 송광사 스님들은 숨을 천천히 쉬며 한 번 내 쉴 때마다 마음속으로 100, 99, 98, 97…하면서 100에서 거꾸로 세어 내려간다. 그러면 0에 이르기 전에 잠에 빠지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

반면 숫자를 1, 2, 3… 식으로 올라가며 세면 다음 숫자가 머리에 자연적으로 떠올라 오히려 잠을 몰아내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숫자는 아래로 내려가며 세야 어느 순간 논리성을 망각하면서 ‘깜빡’ 하고 수면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양치질은 하루 세 번. 특히 기상 후와 잠자리에 들기 전 양치질이 끝나면 ‘문지르기와 비비기’가 시작된다. 집게손가락을 이용해 칫솔질하듯 잇몸을 좌우로 2~3분간 문지르는 것이다. 또 엄지손가락으로 잇몸을 여기저기 지압하듯 수십 차례씩 눌러준다. 스님들은 육류를 먹지 않아 칼슘 섭취가 적지만, 이렇게 잇몸을 관리하면 노후에도 이가 시리거나 풍치가 생기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잇몸을 손가락으로 마사지하는 습관은 무의식 중에 손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청결의식을 심어줘 일석이조라는 것.


항문 죄기+복식호흡

앉아서 참선하는 시간이 많은 스님들에게 호흡법은 최대 관심사의 하나. 한 스님은 호흡법을 트럭 운전에 비유했다. “트럭의 수명은 오르막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얼마나 밟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매일 힘껏 밟아대면 트럭은 금방 못쓰게 되지만, 여분을 두고 천천히 밟아 버릇하면 수명은 40년도 간다”는 것이다.

앉은 자세의 호흡은 늘 느리게 한다. 숨을 들이킬 땐 아랫배가 지나치게 ‘빵빵해지지’ 않을 정도로 8할쯤 마신 후 내쉴 때도 2할쯤 남겨놓는다. 트럭의 액셀러레이터처럼 ‘여유’를 두는 것이다. ‘내 몸 속의 공기 중 일부는 늘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않은 채 남아 있다’는 느낌으로 호흡하면 한결 수월하다. 또한 호흡은 소리가 나지 않게 해야 된다. 숨소리가 거칠면 뇌파가 쉽게 낮아지지 않아 차분한 상태가 되기 힘들다.

스님들은 참선처럼 앉은 자세에서 하는 운동으로 ‘항문 죄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것처럼 수십 차례 항문을 죄었다 폈다 하는 ‘캐글운동’과는 자못 다른 방식이었다. 스님들은 이를 ‘항문호흡’이라고 불렀는데, 항문 죄기와 복식호흡을 병행하는‘복합기술’이었다.

그래서인지 늘 차디찬 마루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지만 치질환자가 드물다. 항문을 ‘특별관리’하기 때문인 듯했다. 항문 죄기운동이 요실금을 예방하는 등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현묵스님은 “수백 번 오므렸다 펴면 뭣하겠는가. 근육만 키울 뿐 기가 다 빠져나가지 않는가” 하고 반문했다. 스님은 “항문으로 실제 호흡은 못 하지만 기를 빨아들일 수는 있다”며 조선시대에 죄인을 사형시킬 때 눈, 코, 귀와 더불어 항문도 틀어막았다는 사실을 증거로 들었다. 항문을 열어놓으면 사형수가 이를 통해 기를 출입시켜 빨리 죽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항문호흡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가부좌나 반가부좌 상태에서 코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면서 느슨했던 항문을 마치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기분으로 천천히 닫는다. ② 아랫배가 제법 불러오면 항문에 힘을 줘 꽉 죈 상태에서 숨을 잠시 멈추고 기를 머금는 듯한 기분을 갖는다.  ③ 코로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항문으로 마치 한숨을 내쉬는 느낌으로 괄약근의 힘을 서서히 푼다.

항문호흡도 중요하지만 항문을 ‘갈고 닦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아침에 화장실을 가는 스님들은 여름일지라도 반드시 바가지에 따뜻한 물을 떠간다. 대변을 본 후엔 반드시 좌욕하는 것. 대변을 보거나 방귀를 뀔 때에도 전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원하게 해결하지만 결코 ‘용’을 쓰지는 않는다. 항문에 무리한 부하가 걸리면 치질에 걸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손뼉 치며 산책하기

스님들은 산책을 즐긴다. 하루에 걷는 양이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세 명의 스님에게 돌아가면서 만보기를 달았다. 하루 동안 걷는 걸음수를 조사해보니 1만3000∼1만5000보에 이르렀다.

스님들은 걷는 코스와 속도도 식사 전후에 따라 달리 하고 있었다. 공복상태에선 1km를 15분 정도에 주파할 만큼 빠른 걸음이었고, 식후에는 같은 거리를 25분 정도 걸리는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또한 식후에는 예외없이 오르막길을 걸었다.

스님들은 “위장이 가득 찬 상태에서 내리막길을 걸으면 위가 아래로 처져 위하수증에 걸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송광사 스님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산책로는 1km 남짓 떨어진 불일암(佛日庵)을 왕복하는 코스였다. 불일암은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산책할 때는 큰 동작으로 손뼉을 치면서 걷는 경우도 있었다. 한 번 산책하는 동안 500∼1000회를 친다. 이렇게 하면 손바닥을 자극해 수지침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짐승들이 박수소리를 듣고 오솔길에서 비켜가도록 하는 부가적인 효과도 거둔다.

매일 큰 동작으로 손뼉을 치면서 땀이 나도록 걸으면 살이 빠진다는 사실을 스님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특히 자신의 성기가 내려다 보이지 않을 정도의 복부비만을 보이는 남성 신도들에게는 하루 1000∼1200번 박수를 치면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라고 권고한다.

용맹정진을 막 끝낸 순간처럼 극심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올 때면 스님들은 쓰러져 잠에 드는 대신 절을 둘러싼 산 가운데 한 곳을 골라 꼭대기까지 다녀오는 다소 ‘엉뚱한’ 행동을 했다. 이렇게 하면 피로가 더 쌓일 것 같지만, 스님들은 한결같이 “개운하다”고 했다. 걷는 것은 확실한 유산소운동으로, 피로해진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많은 스님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산책으로 컨디션을 회복한다고 했다.

스님들이 신는 고무신은 바닥이 얇아 지면의 굴곡이 발바닥에 그대로 전해진다. 그래서 오솔길은 자갈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발바닥을 지압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었다. 일부 젊은 스님들은 월 1∼2차례 축구경기를 하면서 근력과 순발력을 단련하기도 한다.


얼굴색 닮은 음식을 먹는다

감기에 들라치면 스님들은 하루 한 번씩 연한 소금물로 콧구멍을 씻는다. 한쪽 콧구멍을 막고 다른 콧구멍을 소금물에 담근 후 가볍게 빨아 올렸다 내뱉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하면 콧구멍 안의 세균 증식을 막아줘 입 안을 양치질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보인다는 것.

한방요법을 쓰기도 한다. 감기에 걸리면 배의 가운데 부분을 동그랗게 파내고 그 안에 꿀과 무즙, 은행 등을 넣고 배의 꼭지 부분으로 뚜껑을 덮은 채 황토에 구워내 떠먹는다. 한방에서 흰색 과일인 배는 폐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요법은 스님들이 특히 ‘보신’을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몸이 쇠하다고 느껴지면 스님들은 자신의 얼굴색을 닮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얼굴이 붉으면 심장이 약하고, 창백하면 폐가 약하며, 누렇게 되면 위장이 안 좋고, 푸르면 간이 안 좋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얼굴색과 같은 당근(붉은 얼굴), 무와 배(창백한 얼굴), 된장(누렇게 뜬 얼굴), 푸른 채소(푸르스름한 얼굴) 등을 중점적으로 먹어 약해진 장기에 영양을 공급했다.


귀를 씻으면 청력을 잃지 않는다

세수할 때는 반드시 귀까지 씻었다. 평소 피가 잘 돌지 않는 귀 부위를 마사지하는 효과가 있어 노후까지 청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된다는 것. 실제로 방장스님 이하 원로스님(70세 이상) 가운데 보청기를 사용하거나 혹은 기자의 말이 잘 안 들려 되묻는 스님들은 없었다.

녹차로 세수를 하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곳 스님들은 “녹차 성분은 지방을 빠른 속도로 분해한다. 육류를 먹지 않아 지방질이 부족한 스님들이 녹차 세수를 하는 것은 얼굴이 오히려 거칠어지도록 하는 ‘악수(惡手)’라고 설명했다.

세수한 뒤에 스킨로션을 바르는 것은 삼가는 게 불문율이었다. 선방에서 스킨로션 냄새를 풍기면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세수를 다시 하고 오라”는 핀잔을 듣거나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

물은 몸에 열이 많은 편에 속하는 스님들만 차가운 상태로 마셨다. 다른 스님들은 막 길어온 샘물일지라도 곧바로 들이키는 것을 피했고, 1∼2시간 실온에 놓아둬 ‘데워진’ 뒤에 마셨다. 찬물은 위장을 급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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