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죽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으신 분이 없을 줄로 압니다.
죽고 싶으리만치 괴로워서든,
아니면 다른 이의 죽음을 보고서든,
우리의 앞에 명명백백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죽음'이란 명제에 대해 나름대로
깊은 명상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괴로움'의 대명사인 것만은 아닙니다.
인연 따라 잠시 나타났다가 인연이 다하면 다시 껍떼기를 갈아입듯,
헌 옷이 많이 해어지고 나면 당연히 새 옷으로 갈아입듯,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크게 죽어야 크게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이며,
'나를 죽여야 나를 보리라'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조사스님들의 말씀입니다.
이 깊은 의미를 한 번쯤은 되새겨 보고
또 그 의미를 실천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번 크게 죽어 볼 수 있어야
'참 나'와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요즘 자살 사이트에서나 이야기하는
흔한 자살이나 값싼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한 번 죽어야 한다는 말은...
'나다'하는 아상(我相)을
죽여 없애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있다'는 생각이 일체 모든 괴로움의
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허공에 집을 지을 수 없듯
본래 우리의 마음자리는 텅 빈 공(空)의 자리라
어느 하나를 내세울 수 없는 자리이건만,
우리가 '나다'하고 상(相)을 만들어 놓으니
그 때문에 괴로움이 붙을 자리를 만들어 놓는 꼴이 됩니다.
허공 같은 마음에는 괴로움이 한 치도 붙을 자리가 없습니다.
나를 죽이는 수행의 과정은
괴로움이 붙을 자리를 한치도 만들어 두지 않아
괴로움이 발 붙일 틈이 없도록
'나'를 없애고 텅 비우는 작업입니다.
내가 허공[空]이 되면 괴로움은 이미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나를 죽이되, 칼로 찔러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실감나게 죽여 보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나'라는 것 또한
마음으로 '나다' 하고 관념 지어놓은 생각이므로
마음으로 놓아 가는 것입니다.
육신의 '나' 뿐만 아니라
일체의 모든 관념을 다 놓아 버려야 합니다.
'나다'라고 하는 육신의 착심은 물론이고,
'내가 옳다'고 하는 관념, 사상, 생각들 또한
버려야 할 '내 생각'이란 아상이며,
'내것이다'고 하는 물질적 소유의 관념 또한
놓고 버려 완전히 죽여야 할 대상입니다.
이렇게 '나'를 죽이는 명상을 통해 우리는
나에 대한 집착, 즉 몸뚱이 착심이며, 정신적 아상인
'내가 옳다'는 고정관념의 아집과
물질적 아상인 '내것이다'고 하는
소유욕 등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으며,
아집의 소멸은 이어 온갖 내 앞에 다가오는
경계에 대한 집착(法執)을
맑게 비울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렇듯 일체제법(一切諸法)이 무자성이며
연기공(緣起空)임을 확연하게 하여 줍니다.
나와 내앞에 다가오는 온갖 경계에 집착하지 않고
고요하고 맑은 정견(正見)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허공과도 같이 자유롭고 허허로워질 것입니다.
그 어떤 태산같이 큰 경계가 앞길을 가로막을지라도
내가 죽어 없어진 허공같은 '전체아'의 수행자를
털끝 하나 움직일 수 없습니다.
부처님 당시의 제자들은
무아(無我)를 깨치는, 나를 죽이는 명상으로
강가의 화장터를 찾아 썩어가는 시체를 앞에 두고 명상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죽은 시체의 썩어가는 모습을 관함으로써
자신의 모습이 저렇게 죽어 썩어가는 모습을 관하는 것입니다.
이를 백골관법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요즈음에도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자주 실천되고 있는 수행방법이기도 합니다.
타일랜드와 말레이시아 근처의 사찰에는
현대식의 건물과 시청각 교육시설까지 겸비한
최첨단 사찰이 울창한 정글 속에 있다고 합니다.
이 절의 법당 앞에는 생물시간에서나 봄직한 커다란 인간의 해골이
인간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는데, 그 앞의 해골명찰에는
'1930년 미스 타일랜드의 실물'이라고 적혀 있다 합니다.
몇 십년 전 그 나라의 제일가는 미인의 흉측해진 모습을 매일 바라보며
무상과 무아를 그리고 무집착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공부재료인 것입니다.
또한 선방에는 흉측한 미이라가 앉아 함께 참선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피부와 모발도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사람의 형상으로 두었다고 합니다.
이는 그 방에서 함께 참선하던 스님인데
얼마전 병으로 죽은 후 수행자를 경책키 위해 그대로 두었다는 것입니다.
무아를 깨치기 위해 이와 같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것입니다.
불교를 한마디로 무아법(無我法)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돌려 실천적으로 바라본다면
'나를 죽이는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명상하여 온전히 나를 죽였을 때,
나의 육신과 그간의 살아온 온갖 업습(業習)이며 생각,
관념들을 모두 비우고 놓아 버렸을 때,
돌이켜 일체를 (마음으로) 죽이고도 남아 있는
그 본래자리를 관해 보는 것입니다.
그 곳에서 성성하게 깨어있는
'참 나'의 본래면목을 관해 보는 것입니다.
견성(見性)해 보는 것입니다.
(젊은 법사의 불교이야기 제 124호...)
|
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