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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믿는 사람의 일차적인 심정은 우선 종교를 통해 나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삶의 전반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개인적 행복을 얻기 위해 그 조건으로서 종교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윤리규범을 따르게 된다.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서도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종교의 소임을 다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불교는 개인의 행복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어야 할 것인지를 명백히 제시한다. 일반의 교훈은 노력하면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다고 하고, 기독교에서도 심은 대로 거두리라고 한다. 사람들은 또 노력한 결실을 얻고자 하고,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며 투쟁을 불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불교는 정당한 그 대가나 결실을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 돌리라고 권한다. 회향은 바로 이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불교인들이 흔히 실시하는 회향식은 그러한 의사의 집단적 표명이다.
회향이란 자기가 닦은 공덕을 돌리는 것이다. 그 돌리는 대상은 보리, 즉 깨달음과 중생이다. 제78문에서 설명한 육바라밀은 보살의 대표적인 실천강령이다. 그런 강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흔히 보살행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보살행의 이념은 나와 남의 이익을 동시적으로 추구하는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이다. 그런데 그 이념은 회향을 통해 완성된다. 즉, 보살행의 종국적인 태도가 회향인 것이다. 이 회향에 대해『화엄경』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두 다 회향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처음 예배하고 공경함으로부터 중생의 뜻을 수순하기까지 그 모든 공덕을 온누리에 있는 모든 중생에게 돌려, 중생들로 하여금 항상 편안하고 즐겁고 병고가 없게 한다. 나쁜 일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착한 일은 모두 이루어지며, 온갖 나쁜 일의 문은 닫아버리고 열반에 이르는 바른 길은 활짝 열어 보인다. 중생들이 쌓아 온 나쁜 업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무거운 고통의 여러 가지 과보를 내가 대신 받으며, 그 중생들이 모두 다 해탈을 얻고 마침내는 더없이 훌륭한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힘쓴다.
보살은 대자비를 완성하여 중생의 마음을 깨달음으로 돌려, 중생을 위해 활동하길 조금도 쉬는 일이 없다. 보살은 깨달음의 마음으로써 온갖 선을 닦고, 모든 중생을 위해 지도자가 되어 지혜의 길을 제시하고, 모든 중생을 위해 진리의 태양이 되어 온누리를 비춤으로써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선을 행하게 하길 조금도 쉬는 일이 없다. 보살은 부처님이 설한 최상의 진리를 듣고 마음 속 깊이 새길 뿐 아니라, 나아가 그것을 중생에게 설법하여 다음과 같이 회향한다.
‘저는 오로지 한 마음으로 무수하고 끝없는 세계 속의 모든 부처님들을 바르게 생각하여 보살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저는 하나의 세계에 있어서 한 사람의 중생을 위해 영원토록 보살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저는 모든 세계에 있어서 모든 중생을 위해 마찬가지로 영원토록 보살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이처럼 웅대하고 비장한 의지로 표명된 회향의 정신은, 남이 잘못한 대가를 내가 받겠으며 내가 잘한 대가는 남에게 돌리겠다는 자비심의 극치이다. 내게 있는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는 세태를 생각하면 위와 같은 회향의 정신은 가히 비장한 각오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회향은 곧 업보의 전환을 의미한다. 나중에 대승불교의 정토교에서는 회향의 정신이 아미타불의 자비에 가장 명료하게 나타나 있음을 주목하여, 아미타불에 대한 믿음을 통해 그의 국토인 정토淨土에 왕생할 수 있기 기원하지만, 이는 회향의 진정한 의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회향은 그를 통해 뭔가 개인적인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도의 헌신과 자기희생이 회향의 정신에 전제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회향을 보살행의 완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정신이 웅대해 보인다고 해서 범부로서는 불가능한 것이 결코 아니다. 사소한 주변의 일에서부터 보다 높은 차원으로 지향하는 습관적 생활이 바로 보살의 회향으로 연결될 것이다. 불교의 모든 수련회가 회향식으로 끝을 맺는 것은 그처럼 회향의 습관화 또는 일상화를 기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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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