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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평하길 천태종(天台宗)은 화엄종과 더불어 중국불교의 정수라고 한다. 중국불교의 대표적인 종파로서 우리나라에 크게 영향을 미쳐 불교의 대명사인양 인식되고 있는 선종(禪宗)이 있지만, 이는 교의의 연구보다는 곧바로 깨달음을 성취하려는 실천수행의 측면을 대표하는 종파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내에서도 취하는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 천태종을 중국불교의 대표적인 종파로 간주하는 것은 교의의 연구라는 교학의 입장에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천태종이라는 종단이 있지만, 이는 1960년대에 성립된 신흥종단으로서 과거 중국에 있었던 천태종의 전통이 그대로 이식된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에 의천(義天)에 의해 천태종이 본격적으로 이식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교의적 입장에서 그 뿌리를 중국의 천태종에 두고 있지만, 중국 천태종의 전통이 독립된 종단으로서 연면히 이어져 오늘날의 천태종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천태종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인물은 지자대사(知者大師) 지의(智?, 538~597년)이다. 그는 천태대사라는 호칭으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천태산에 들어가 수선사(修禪寺)라는 절을 세워 교의를 크게 정립하고 종지를 선양했기 때문에 천태대사라는 호칭을 얻었다. 따라서 그는 천태종의 실질적인 창시자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계보상 천태종의 개조는 혜문(慧文)이고, 지의는 제3조라 한다. 이 혜문은 나가르주나, 즉 용수(龍樹)의『중론』과『대지도론(大智度論)』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은 바 있어, 이때 깨우친 바를 제자들에게 설했다고 한다. 그래서 천태종의 제1조는 바로 용수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혜문에게 새로운 시각의 지평을 열어준 대목은『중론』에서 "공(空)은 가설(假說)에 불과하며 중도(中道)의 목적"이라고 설한 부분과,『대지도론』에서 이에 대해 설명하길 "여기서 문제가 된 지식의 온갖 양상은 동시에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혜의 완성, 즉 반야바라밀의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 그것들이 별개인 양 따로 따로 설해진 것이다"라고 한 부분이다. 이로부터 깨우친 내용을 일심삼관(一心三觀)이라고 표현한다. 근본은 한 마음이지만 세 가지의 관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기조에서 천태종이 출범하지만 실질적인 교의의 완성은『법화경』을 주목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천태대사 지의는 법화경의 연구를 통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 모든 불교가 그 나름의 존재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이해했다.
즉, 28장으로 구성된 한역본 법화경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앞부분 14장은 적문(迹門)이라 하고 뒷부분 14장은 본문(本門)이라고 구별하였다. 적문이란 삼승이라는 다양한 입장을 열어 결국엔 일승으로 귀입시키고자 한(제42문 참조) 것이고, 본문이란 역사적 실존인물인 부처님을 통하여 구원(久遠)의 부처가 현현함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법화경이 이 두 가지 방식을 구비하고 있는 것은 결국 본문과 적문이라는 것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입장으로서, 법(法)이라는 진리의 보편성과 부처의 영원성을 융합시킴으로써 방편이 곧 진실임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중국불교의 여러 교판(敎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라고 평가되는 천태종의 교판은 이상과 같은 견지에서 불교 전체에서 차지하는 법화경과 일승사상의 위치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천태종의 교학은 소위 교관이문(敎觀二門)이라 하여 이론과 실천으로 조직되어 있다. 교는 교판과 교리를 포함하며 관은 소위 지관(止觀)이라고 하는 실천방법이다. 교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오시팔교(五時八敎)라는 교판, 앞에서 말한 일심삼관이라는 진리관, 그리고 일념삼천(一念三千)이라는 세계관을 들 수 있다. 오시팔교 중에서 5시에 대해서는 제43문에서 설명한 바 있다. 8교란 부처님의 모든 교설에 대해 가치 비판을 가한 것인데, 설법의 방법에 따라 분류한 것을 화의사교(化儀四敎)라 하고 설법의 내용에 따라 분류한 것을 화법사교(化法四敎)라 한다.
화의사교
① 돈교(頓敎) : 아무런 방편을 사용함이 없이 곧바로 인식한 것을 부처님이 설한 것. 이는 5시 중의 화엄시에 해당된다.
② 점교(漸敎) : 온갖 종류의 수단을 이용하여 부처님이 사람들을 보다 더 깊은 생각으로 점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 이는 5시 중의 녹원시와 방등시에 해당된다.
③ 비밀교(秘密敎) : 이는 신비적 교의를 가리키는데, 사실상 신비적 부정교(不定敎)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더라도, 부처님의 초자연적인 힘 때문에 듣는 사람들 각자는 부처님이 자기 혼자에게만 설하고 있는 것인 양 생각한다. 이처럼 모두는 개별적으로 다양하게 듣게 됨으로 가르침이 확정되지 않는다. 이런 불확정성은 화엄시로부터 방등시까지 내재되어 있다.
④ 부정교(不正敎) : 앞의 비밀교와 비교하여 비신비적 부정교라 할 수 있다. 듣는 사람들 모두는 자기들이 함께 듣고 있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다르게 듣고 다양하게 이해한다.
화법사교
① 장교(藏敎) : 아함경을 비롯한 소승의 모든 교의를 가리킨다.
② 통교(通交) : 모두에게 공통되는 가르침이란 뜻이다. 삼승에 통하는 것으로서 대승의 기본교의이다.
③ 별교(別敎) : 순전한 대승의 가르침이며, 특히 보살에 대한 가르침이다. 앞의 장교와 통교에서는 공空의 한 측면만을 단순히 가르치지만, 여기서는 중도의 교의를 가르친다.
④ 원교(圓敎) : 원이란 완성, 충족, 편재, 편만 등을 의미한다. 앞의 별교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중도를 설하는 반면, 여기서는 완전히 융통되고 상호 동일화된 중도를 설한다. 말하자면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완전히 조화를 이루는 중도이다. 그러므로 원은 하나의 요소가 모든 요소를 내포함을 의미하고, 결국 "하나가 곧 전체요 전체가 곧 하나"(一卽多 多卽一)라는 원리를 뜻한다.
천태종의 특징적인 교의로서 일심삼관이란 삼제원융(三?圓融)이라고도 한다. 즉, 세 가지의 진리가 서로 통하여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 셋이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중론』에서 말하는 공과 가설과 중도이다. 천태종에서는 이를 공(空)·가(假)·중(中)이라고 표현한다. 이 셋을 공관에 의해 자각한다는 것이 삼제원융의 입장이다. '공'의 입장은 모든 것의 존재를 부정하고, 이런 입장에서 모든 것을 동일한 것으로 본다. '가'란 '공'에 의해 일단 부정되어 존재하는 것을 다시 가라고 하여 긍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에 집착하게 되면 다시 현실의 전면적인 긍정이 생겨나게 된다. 따라서 앞의 '공'과 이 '가'는 상호부정함으로써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게 된다.
다시 말해서 '가'에 의해 공을 부정하듯이 '공'에 의해 '가'를 부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상호부정을 '중'이라 한다. 그러나 이 '중'은 '공'과 '가'를 아주 떠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나머지 둘에 대해서 마찬가지이다. 즉, '가'와 '중'에 대한 '공'의 입장이, 또 '공'과 '중'에 대한 '가'의 입장이, '중'의 입장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세 가지 존재의 자각이 혼연하여 일체가 된 곳에 삼제원융의 경지가 전개된다.
일념삼천이란 한 순간 혹은 한 찰나의 한 마음 가운데 삼천의 세계가 갖춰진다는 세계관이다. 우선 삼천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세계를 흔히 육도(六道)라고 한다. 즉,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하늘의 여섯 세계이다. 이 여섯 세계를 떠난 곳에 깨달음의 세계가 열린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대승불교에서는 여기에 다시 성문승, 독각승, 보살승이라는 삼승(제42문 참조)을 인정한다. 그런데 천태종에서는 여기에 또 불승(佛乘)이라는 부처의 세계를 인정한다. 그렇다면 모두를 합하여 10계가 된다. 그런데 이 열 가지 세계, 즉 10계는 완전히 별개가 아니라 서로 내포하므로, 하나의 세계에는 나머지 아홉 세계도 갖춰져 있다. 이렇게 보면 총 100계가 된다. 그런데 천태종은 그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법화경에서 십여시(十如是)라는 범주를 찾아내어 중요시한다.
십여시란 모든 형상이 열가지 범주 안에 있다는 것인데, 그 열이란 외면의 형상, 내면의 본성, 사물의 주체, 잠재적 힘과 작용, 구조, 직접적 원인, 직접적 결과, 간접적 원인의 결과, 그리고 궁극의 경지이다. 앞에서 말한 100계는 모두 이 열 가지 범주를 지니므로 세계는 다시 총 1000계가 된다. 이 1000계는 각기 3종의 세간에 소속된다. 3세간이란 오음세간(五音世間)·중생세간·국토세간이다. 말하자면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오음, 세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살아 가는 인간, 그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인 국토의 세 가지이다. 그래서 1000계에 각기 3세간이 있음을 인정하면 이 우주는 총 삼천세계가 된다. 결국 삼천세계란 세계 전체를 가리킨다.
이 모든 세계가 한 순간의 우리 마음에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 일념삼천이다. 이는 찬태종의 독특한 견해이다. 이에 의하면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이다. 이 가능성은 우리의 삶 속에서 부처의 세계가 실현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천 방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방법을 지관(止觀)이라 하였다.
천태종의 교학이 교와 관이라는 두 조직으로 이루어짐을 앞에서 언급하였는데, 여기서 관은 실천이고 구체적으로는 선(禪)의 수행이다. 천태종의 제1조라는 혜문 자신이 선사로 알려져 있다. 천태대사인 지의도 초기에는 실천방법을 선이라고 하였다가 나중에는 지관이라고 표현하였다. 지관이란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굳이 구별하지면 지는 정신집중 또는 적정이고, 관은 지혜 또는 비춤이라 한다. 지는 마음의 모든 생각들을 정지하여 무념에 머무르는 것을 말하고, 관은 망상, 즉 산란한 마음을 멈추고 참지혜가 나타나서 모든 존재의 참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말로는 이렇게 구별하지만 그 둘은 필경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이런 지관을 통해 앞에서 설명하였던 일심삼관의 진리와 일념삼천의 경지를 깨달을 수가 있는 것이다. 천태종은 이러한 지관의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여러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개괄적인 소개만으로도 엿볼 수 있듯이 이론의 면에서 탁월함을 보이고 있는 천태종이었기에 불교인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우수한 학승들을 배출하였다. 그 중에 천태종의 교판을 정립하는 데에 크게 공헌한 승려로서 우리나라 고려 출신의 제관(?觀)이 있다. 그의『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는 천태종의 교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압권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천태종도 소위 법난(法難)이라고 하는 불교박해를 겪으면서 쇠퇴일로를 걷게 되었다. 천태종의 교학 자체가 이론과 실천의 양면을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천이란 수행을 뜻하는 것이고, 중생에 대한 종교적 사명감의 실천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종교적 사명감의 실천이라는 면에서는 이론의 완벽성에 미치지 못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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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