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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문화권에서 티벳은 서장(西藏)이라는 말로서 더 잘 알려져 있다. 티벳불교란 곧 서장불교다. 불교사에서 티벳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음에도 티벳 역사의 시발은 상당히 후대일 뿐만 아니라 명확하지도 않다.
불교사에서 등장하기 시작하는 인물은 손첸감포왕(581~649)인데, 그 연대는 일치하고 있지 않다. 바로 이 왕에 의해 불교가 공식적으로 전래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티벳 자체의 역사서에 의하면 이 왕 이전부터 5대에 걸쳐 왕통이 이어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기록마다 인명이 거의 일치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아마도 사실일 것으로 추측된다. 또 그 기록들은 손첸감포왕 이전에 불교가 전래되었음을 알리는 적어도 두 가지의 전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의 신빙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면 티벳에 실제로 불교가 전래된 시기는 4세기에서 5세기 사이일 것으로 짐작된다.
티벳은 한때 당나라의 수도를 위협할 정도로 위력을 떨친 적이 있었다. 티벳의 국위가 강대했던 시절은 바로 손첸감포왕의 치세였다. 이에 당나라는 문성(文成)공주를 티벳 왕실로 시집보내 화해를 도모하게 되는데, 바로 문성공주가 중국의 대승불교를 전래하였다고 한다. 또 이웃의 네팔에서도 마찬가지로 왕비를 맞이함으로써 인도불교가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 사건이 티벳에 공식적으로 불교가 전래된 단서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티벳은 인도계와 중국계의 대승불교를 받아들였던 셈이다.
문성공주는 불교를 독실하게 신봉하여 친정국인 당나라로부터 법사와 불전들을 받아들이고 사원을 건립하였다 하는데, 이와 동시에 네팔로부터 인도계의 불교가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왕 역시 흔쾌히 불교에 귀의한 동시에 티벳문화의 향상에 노력하였다. 그의 가장 위대한 공적은 불전의 번역어로서 유명한 서장어, 즉 티벳어를 완성한 일이다. 그는 톤미삼보타라는 청년을 인도에 파견하여 산스크리트의 문자와 문법을 배우게 하고, 그가 귀국하자 산스크리트어의 체계와 문자를 모방한 티벳문자와 문법서를 제정케 하였다.
이로써 불전을 티벳어로 번역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산스크리트와의 유사성 때문에 티벳의 불전번역은 가장 정확한 것으로서 정평이 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중요성과 가치를 크게 인정받게 되었다. 그 결실이 바로 서장대장경이다. 티벳어는 오로지 불전의 정확한 번역을 위해 창조된 언어라고 할 수 있으니, 그 번역의 가치 또한 짐작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산스크리트의 원전이 사라진 경우 그 원전의 재생이 가능한 것은 오로지 티벳번역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8세기 무렵까지는 불교가 그다지 성행하지 않았다. 약 100년 쯤 지나서 치손데첸왕(742~797)은 불교를 국교로서 본격적으로 도입할 것을 결심하고, 761년에 인도에서 대승불교의 학자로서 유명한 샨따라끄쉬따(寂護)를 초청하였다. 이때는 빠드마삼바바(蓮華生)도 와서 밀교를 전했다. 이들은 비밀법으로써 악마를 조복하고 많은 기적을 행하여 인심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이러한 기도나 기적이 티벳인의 주술적 성격에 합치하여 밀교가 티벳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한편 775년부터 삼예사라는 대사원을 건립하고 불전번역사업을 일으키는 등 인도불교의 홍보에 힘썼다.
그러나 당시엔 인도계의 불교와 중국계의 불교가 공존하며 우열을 다투고 있었다. 이 경쟁은 삼예사에서 있었던 논쟁에서 판가름이 났다. 중국측은 선종(禪宗)의 돈오(頓悟)를 주장했는데, 왕이 보는 앞에서 인도측에 의해 논파당했다고 한다. 이로써 인도계의 불교가 티벳불교의 정통이라고 선언되었다. 다시 말하면 인도계의 밀교가 티벳불교의 기반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밀교의 신비적인 면이나, 특히 좌도밀교(佐道密敎, 제37문 참조)에서 성적 쾌락을 신성시하는 점 등이 티벳인의 성격에 합치하였을 것이다. 이후 인도로부터 번역가들이 다투어 티벳에 들어오고, 많은 경전과 논서들이 번역되었다.
불교가 전개되기 전 티벳에는 예부터 본교라는 민족종교가 있었다. 이는 천상계에서 인간의 길흉화복을 결정하는 본이라는 신을 섬기며, 주술을 중시하는 샤마니즘적인 종교였다. 그런데 불교는 본래 관용성이 풍부한 종교였으므로, 불교가 전래된 후에도 본교는 사라지지 않고 불교와 습합되었다. 이렇게 하여 라마교라는 티벳 특유의 불교가 되었던 것이다. 본교와 혼합된 불교란 물론 밀교이다. 밀교의 신비적 성격이 무속적인 본교와 어우러짐으로써 다른 나라의 불교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이한 양상을 드러내게 되었다.
티벳불교의 성격을 규정짓는 라마교가 좌도밀교를 도입했기 때문에 이를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은 성윤리를 저해할 현상으로 표출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인도의 딴뜨라에서 연유한 딴뜨라불교는, 남녀의 성적 결합에 의한 황홀경을 곧 깨달음인 줄 곡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인의 잘못된 추측 때문에 좌도밀교라는 이름으로 업신여겨져 왔으나, 실제 티벳에서는 사회적, 도덕적 혼란을 야기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이는 티벳의 밀교가 라마의 정화의식(淨化儀式)을 절대적 조건으로 삼고 공개되지 않았을뿐더러, 너무 어려운 고도의 정신훈련을 거치기 때문이다. 라마는 본래 각자의 스승을 뜻했는데, 나중에는 이를 절대세계에까지 끌어올려 최고의 이상을 표현하는 자라고 믿어지게 되었다. 라마는 죽은 뒤에도 되돌아와서 신봉자를 이끌어 줄 뿐만 아니라, 변치않는 자비를 베풀며, 실제로 사람의 몸을 빌어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 이 라마는 수행의 결과로 영혼을 육체에서 떼어놓을수 있으며, 혼백으로 하여금 마음대로 천지에 떠돌아다니게 하다가 그 혼백을 태어나려고 하는 신생아의 육체에다 옮겨놓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라마는 자신의 생명을 다른 육체에다 옮긴다. 그래서 라마가 절명한 똑같은 시간에 태어난 신생아 중에서 신동을 찾아 화신(化身) 라마로 맞이하고 최대의 경의로써 받든다. 티벳불교에 여러 교파가 생기면서 이러한 화신라마제도가 채택되고, 라마교는 티벳불교를 대표하게 되었다.
티벳불교에서는 라마를 둘러싼 교파들 사이의 세력 다툼이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16세기 후반엔 몽고인들 사이에서 '달라이라마'라는 칭호가 생겨났고, 달라이라마가 5세 때엔 달라이라마 정권이 탄생했다.
이상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밀교와 라마교로서 연상되는 티벳불교는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불교의 색다른 변용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불교관으로써는 티벳불교를 바르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티벳불교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오해를 낳기 쉽다는 점도 인정할 것이다. 그의 변용이 우리의 가치관에는 이질적인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이미 10세기 무렵에는 그의 전모를 드러낸 서장대장경 속의 불교는 갈수록 귀중한 가치로서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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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