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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형이상학적 문제란 인간의 지성으로는 그 사실 여부를 확실하게 논증할 수 없는 관념적인 문제를 말한다. 또는 인간의 일상적 실제생활에서 삶의 직접적인 문제 해결과 무관한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형이상학 문제가 인간의 정신생활에 있어서 전혀 필요없는 것임을 뜻하지 않는다. 종교는 소위 영혼의 구제라든가 정신의 자유를 추구하기 때문에 일반종교에 있어서는 그러한 문제가 보다 절실할 지도 모른다. 적어도 부처님 당시의 인도종교에서는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이 그러한 문제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혹시 대답하기 곤란한 문제에 대한 회피가 아닌가? 이러한 의문은 그 의도를 이해함으로써 해결될 것이다.
한 수행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세계는 영원한가 무상한가? 무한한 것인가 유한한 것인가? 목숨이 곧 몸인가 목숨과 몸은 다른 것인가? 여래는 마침이 있는가, 아니면 마침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는가? 부처님은 이러한 말씀을 전혀 하시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태도가 못마땅하고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 나를 위해 세계는 영원하다고 말씀한다면 수행을 계속하겠지만, 영원하지 않는다면 부처님을 비난한 뒤에 떠나야겠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부처님에게 말하고 답을 구했다. 부처님은 이에 대해 자신은 세상이 영원하다고도 허망하다고도 말한 적이 없음을 상기시키고 부질없는 생각으로 자신을 비방하려 함을 꾸짖었지만, 그의 의문은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비유로써 답변을 대신 하였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만약 부처님이 나를 위해 세계는 영원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따라 도를 배우지 않겠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그 문제를 풀지도 못한 채 도중에 죽고 말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독 묻은 화살을 맞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을 때, 그의 친족들은 곧 의사를 부르려 했다. 그런데 그는 '아직 이 화살을 뽑아서는 안되오. 나는 먼저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군지를 알아야겠소. 그리고 그 활이 뽕나무로 되었는지 물푸레나무로 되었는지, 화살 또한 어떤 나무로 되었는지를 알아야겠소. 또 화살깃이 매털로 되었는지 독수리털로 되었는지 아니면 닭털로 되었는지 먼저 알아야겠소'라고 말한다면, 그는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 몸에 독이 번져 죽고 말 것이다."
결국 이 비유가 강조하는 바는 "인간은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고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이와 같이 빨라서, 한가로이 이것 저것 따지는 일로 시간을 헛되이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뜻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제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쓸데없는 형이상학적 논의에만 빠져서는 안된다는 뜻이며, 인생의 보다 중요한 문제는 현실적인 고통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여 고통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이는 가르침을 펴는 부처님의 목적이 일차적으로 자신에게 부닥친 현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불교를 통해 어떤 초월적 경지나 현실의 세계로부터 초탈한 자재로움을 구하려 한다면, 이는 부처님의 그러한 일차적인 입장을 도외시한 것이다. 현실적 문제해결에 무관심하고 곧장 전신적 자재를 추구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일시적인 도피에 불과할 것이다. 초기의 불교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현실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음은 이러한 부처님의 근본취의를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비유의 의의가 여기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부처님이 형이상학적 문제에 답하지 않았음은 그것이 단순히 인간의 실천적 목표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수행의 근본이 되지 않을 뿐더러 인간에게 참된 이해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은 당시에 유행하는 현학적 이론과 사변이 지니고 있는 공허함과 무용함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통찰하였던 것이다. 또 한편 부처님의 이러한 태도는 흔히 인간의 인식에 관한 새로운 비판이었다.
이러한 입장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부처님은 상반된 견해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독단적 사고를 배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이 특수한 입장에서 본 견해를 유일한 올바른 견해라고 너무 집착할 때, 결과적으로 그것이 자신들의 견해가 되고, 그들은 그 견해를 옹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에 호소한다. 이 때문에 그들은 인간을 포함한 사물의 참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 독화살의 비유가 지적하는 바는 인간의 급선무가 자신이 부닥친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그 이상의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가능하다. 바꾸어 말하면 사성제(四聖諦)로 표현되는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곧 인간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 비유를 사성제의 가르침을 재천명하는 것으로 매듭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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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