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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인물일수록 그 행로에는 역경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역경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일이다.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그의 12제자 중의 한 사람인 유다로부터 배신을 당하듯이, 불교에서는 부처님이 자신의 친척인 데바닷따(Devadatta, 提婆達多)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데바닷따가 악인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다 성불할 수 있어도 데바닷따와 같은 사람만큼은 성불할 수 없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불교에 있어서 데바닷따의 반역이란 실제 불교의 융통성을 알려주는 보다 깊은 의미가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 우선 부처님의 전기에 나타난 데바닷따의 반역에 대한 이야기를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데바닷따는 부처님의 가까운 친척이었다. 그는 아난다와 함께 출가하여 부처님의 교단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데바닷따는 남달리 큰 야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부처님의 교단을 이어받으려는 뜻을 품고 있었다. 마가다왕국의 태자인 아자따삿뚜(Ajatasttu)의 후원을 얻게 되자 그의 야심은 더욱 커졌다. 아자따삿뚜와 데바닷따의 사이가 가까와지면서 여러가지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은 왕사성(王舍城)의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계셨는데, 오랜만에 부처님을 가운데 모시고 둘러앉은 제자들이 데바닷따에 관한 소문을 부처님께 전했다. 이 말을 들은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데바닷따가 누리고 있는 명성과 이익을 부러워해서는 안된다. 그와 같은 호화로운 사치는 데바닷따에게 아무런 이익을 주지 못하고 도리어 파멸을 가져다 줄 것이다. 마치 열매를 맺으면 시들어 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며칠이 지나 부처님이 다시 제자들과 한 자리에 앉아 설법을 시작하려고 할 때였다. 데바닷따와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부처님을 찾아왔다. 그는 부처님께 중대한 제의를 하였다. "부처님은 이제 너무 연세도 많으신데다가 건강도 좋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교단을 제게 맡겨 주십시오."
부처님이 이에 대해 완곡히 거절하자, 데바닷따는 무서운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부왕을 옥에 가두고 왕위를 찬탈한 아자따삿뚜의 힘을 빌어 부처님을 죽이려 했다. 한 번은 칼을 잘 쓰는 자객을 보내어 부처님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다. 이에 실패하자, 데바닷따의 무리들은 벼랑 위에 숨어 있다가 영축산에서 내려오는 부처님에게 큰 바위를 굴렸으나,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왕사성의 거리를 지나가는 부처님을 향해 성질이 사나운 코끼리를 풀어 놓았다. 그러나 부처님을 향해 달려가던 코끼리는 부처님 앞에 이르더니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추고서 끓어앉고 말았다.
데바닷따의 음모는 세 번 다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데바닷따의 사건은 부처님의 일생에서 가장 큰 아픔이었다. 데바닷따로 인해 교단이 분열된 일까지도 일어났다. 교단을 분열시킨 데바닷따가 부처님의 가까운 친척이었다는 것이 부처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상과 같은 전설에서 중요한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은 마지막 대목이다. 즉, 부처님의 제자들 중에서는 부처님의 노선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는 부류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반발이 데바닷따의 반역이라는 전설로 표현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설이 오히려 권위주의를 배제하는 불교의 민주적이고 현실적인 면모를 대변하고 있다. 부처님은 데바닷따의 사건을 결코 반역이라 규정하지 않고, 자신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한 가슴 아픈 일로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실제 부처님은 당시의 엄격하고 형식적인 수행생활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권위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으로 원하는 자의 초청엔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응했고 그들의 대접을 흔쾌히 받았다.
이러한 태도는 당시의 엄격했던 수행자의 규율에는 어긋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교단의 안팎에서 반발이 있었을 것임은 짐작할 수 있다. 데바닷따의 반역이라는 것도 사실은 그러한 반발의 하나였던 것이다. 경전에서는 데바닷따를 극악무도한 자라고 나쁘게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착실한 수행자로서 부처님의 유연한 자세와는 달리 너무 원칙에 얽매였던 수행자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사건은 부처님의 말년에 일어났었는데, 남방불교의 율장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가 교단의 개혁을 위해 요구한 다섯 항목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 일생 동안 숲 속에서 산다.
둘째, 일생 동안 탁발에 의지하여 음식을 얻어야 하며,
신자의 집에 초대되어 음식의 대접을 받지 않는다.
셋째, 일생 동안 허름한 낡은 옷만을 입는다.
넷째, 일생 동안 나무 아래에서 생활을 하며, 옥내에 들어가지 않는다.
다섯째, 일생 동안 생선이나 육류를 먹지 않는다.
이상은 세속과는 격리된 엄격한 수행생활로서 복귀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고, 데바닷따는 부처님의 교단을 떠나 독자적인 교단을 만든 것 같다. 이 때문에 데바닷따를 반역자라고 낙인찍게 되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부처님이 계율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면, 사소한 계율에는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고 함으로써 후대 교단내의 의견대립을 야기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견의 대립이 불교의 종교적, 사상적 발전을 초래했을지언정 저해를 초래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룩한 불교의 발전은 사실 부처님의 그러한 유연한 자세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가 아집과 절대불변을 거부하는 불교적 사고방식에 합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후대의 대승경전인『법화경』에서 데바닷따와 같은 사람도 성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처님의 참뜻을 이해한 당연한 귀결이다. 중생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체내의 반역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이 부처님의 포용력이고 불교의 실천적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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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