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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전에서는 싯다르타가 '도를 이루지 못하면 결코 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명상에 돌입한 후, 악마들의 온갖 유혹과 방해를 물리쳤다는 이야기를 생생히 묘사함으로써 부처님의 깨달음을 더욱 극화하여 그 위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이야기에는, 종교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종에서나 응당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상투적 수식이라고만 넘길 수 없는 사실적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중대한 결단을 실행하는 한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난 반성과 갈등, 이에 대한 극복을 상징화한 것이 악마 유혹의 전설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실 싯다르타는 수행 도중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악마들의 유혹과 협박을 받으면서 이들을 물리친다.『숫따니빠따(經集)』에 의하면, 나무찌라는 악마가 "당신은 고행의 결과 몸이 여위게 되어 살아남기 어렵다. 생명이 있어야 여러가지 선행도 가능한 것이다...... 고행에 열중한다고 해서 무슨 성과가 있겠는가. 정진의 길은 가기 어렵고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거짓 위로의 말을 들려준 데 대하여, 싯다르타는 "내게는 믿음이 있고 정진이 있고 지혜가 있다. 신체의 살이 빠질 때, 마음은 더욱 더 맑게 개이고, 생각과 지혜와 명상이 더욱 더 굳어진다. 마음은 갖가지 욕망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 보라, 이 심신의 깨끗함을"이라고 대꾸하고 있다.
역시 같은 문헌에 의하면, 악마에게는 여덟 무리의 군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해서도 싯다르타는 "어떤 바라문 수도자는 이 군대 속에 침몰해 버렸다. 그리고 덕행이 있는 사람조차 가야할 길을 알지 못한다. 군대가 사방을 포위하고 악마가 코끼리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았으므로 나는 일어나 맞아 싸울 것이다. 아무도 나를 여기서 물러서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신들도 세상 사람들도 그 군세를 깨뜨리지 못하지만 나만은 그들의 군세를 지혜로써 깨뜨릴 수 있다. 마치 채 굽지 않은 흙항아리를 물로써 무너뜨리듯이" 라고 물리친다.
여기서 악마의 여덟 군대란 욕망, 혐오, 기갈, 갈애, 나태, 공포, 의혹, 위선을 말한다. 이들은 모두 인간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욕망과 미혹과 나태의 측면을 표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즉, 인간의 마음 속에 생겨나는 갈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악마의 유혹 중 절정을 이루는 것은 마왕 파순의 세 딸이 등장하여 성도에 다가선 싯다르타를 온갖 교태로써 유혹했다는 전설이다. 갈애, 혐오, 탐욕이라 불리는 마왕의 세 딸은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녀, 젊은 처녀, 남의 아내, 노파 등으로 모습을 바꿔 가며 싯다르타에게 접근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명상에 잠겨 있는 싯다르타에게 다가가 "슬픔에 지쳐 홀로 숲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인가, 마을 사람들에게 무슨 죄를 지었는가, 무슨 까닭으로 모든 사람들과 교류를 끊었는가, 친구가 없어서 그러는가" 라고 물으면서, 자기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기만 하면 온 세상의 통치자가 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싯다르타는 "내 마음은 고요하다" 라는 말로써 이들을 일축하고 있다. 이 유혹자들이 교태와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로서 등장했다는 측면만을 부각하여, 싯다르타가 성적충동을 이겨냈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지엽적인 것이다. 이들의 이름과 다양한 변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유혹은 싯다르타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났음 직한 갈등의 총체적인 상징이다.
여러 경전들에 나타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악마의 유혹이라는 전설은 인간이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그리고 인간 존재의 근원에 깔린 욕망과 불안, 공포와 고뇌 등이 인간과 벌이는 투쟁의 경과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욕망과 번뇌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보고 있다. 불교의 이러한 기본인식이 악마의 유혹이라는 상징으로써 표현되고 있다.
결국 부처님의 깨달음이라는 것은 단지 그만이 할 수 있는 특수한 명상의 결과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이겨내지 못했던 내면적 갈등의 극복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악마란 죽음의 신이요, 욕망의 지배자이다. 깨달음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욕망을 단절하여 정신의 자유를 얻는 것이라면, 그 깨달음에 직면했을 때야말로 악마와 가장 치열한 전투가 있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것은 싯다르타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 전투였던 것이다. 이 전투의 의의를 강조하기 위해 후대의 경전에서는 악마의 수가 더욱 증가하고, 그 내용도 추상적으로 발달해 간다.
그러나 성도 이후, 악마가 부처님 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악마들은 종종 나타나 유혹을 시도한다. 식욕, 수면, 질병 등의 욕망과 고통을 부처님도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악마의 유혹을 부처님은 항상 이겨냈다. 따라서 악마의 유혹이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직면하는 현실로서 받아들여야 할 교훈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불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제로 발현하지 못하는 것은 그러한 악마의 유혹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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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