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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섬진강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아직 매화도 피기 이른 계절, 꽃들이 길을 떠난 자리에 풍경화처럼 자리한 촌가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꽃들의 아름다움을 대신하고 있다. 꽃이 꽃이어서 예쁘듯이 생활 또한 시간의 꽃이어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섬진강 가에서는 느낄 수 있다.
작고 보잘것없는 집이지만, 늙어 주름이 깊게 파인 얼굴들이지만 섬진강 가에서는 그 모든 것이 반짝이는 이야기와 순한 물빛으로 다가온다. 그 어느 것도 지나친 탐욕의 흔적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가까이하고 사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활과 인상은 바뀌게 된다. 산을 가까이하고 산 사람은 산처럼 과묵하고 질긴 생명의 힘을 지니게 되고, 강을 가까이하고 산 사람은 강처럼 순한 물빛의 표정과 생활을 해 나간다. 물이 흘러가듯 흘러가는 인생의 법도를 이들에게서는 발견할 수가 있다.
가난의 그림자 위에서도 물빛처럼 맑은 사람들의 표정을 볼 때면 가난 또한 삶의 풍경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가난도 부도, 희망과 좌절도 모두 우리가 지닐 수 있는 삶의 내용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우리들 삶의 폭은 넓어지고 속도 또한 한결 여유로울 수 있다. 스스로 협소해져 한쪽으로만 집착하게 되면 인생이 건네는 넓고도 깊은 의미의 향연에 동참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강이 흘러가듯이 이곳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흘러가는 삶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하략...
- 성전스님의 산중에세이 _ '산과 바람과 도반의 그리움, 유혹'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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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