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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etc : ◈ 출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10) - 행자의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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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흥사에서 행자생활을 했던 적이 있는 분이 쓰셨습니다. 저는 단지 교정 정도의 역할에 그쳤을 뿐이므로 행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행자들만의 시간과 공간을 서술한 것이므로, 이 글 역시 출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올립니다. 지금은 대흥사 새벽 예불 시간을 4시로 조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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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새벽 2시 30분. 산사의 고요함과 적막함을 일순간 무너뜨리는 자명종 시계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어느덧 9개월째의 행자생활에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으련만 아직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 만큼은 생각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비몽사몽간에 행자복을 챙겨입고서 찬물에 세수를 하고 아직도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새벽공기를 마시면 머리가 상쾌해지고 맑아짐을 느낀다.
천수를 받아가지고 법당에 들어서면 웅장하고 성스러운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이 나를 바라본다. 다기에 천수를 따르고 촛불과 향을 사르고 나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천불전, 명부전, 응진당 역시 천수와 촛불, 향을 사르고 삼배를 올리고 나면 새벽예불 준비는 끝이 난다.
새벽 3시 정각. 도량석이 시작된다. “똑 ․ 똑 ․ 똑 …” 두 자마다 한번씩 목탁을 치는 이자(二字)목탁 소리에 맞추어 천수경을 외우며 도량석을 돌면 대중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모두 일어나 새벽예불 준비를 시작한다.
새벽 3시 15분, 낭랑한 노전 스님의 목소리로 아침종송을 하고 나면 운판 ․ 목어 ․ 법고 ․ 대종 등이 순서대로 이어진 후 경건한 마음으로 새벽예불이 시작되어 반야심경과 무상계로 예불이 끝난다. 새벽 4시 30분. 2시간 동안의 새벽예불을 마치고 행자들은 조왕단에 예불을 드린 후 아침공양 준비를 한다.
공양주 보살님들의 빠른 손놀림과 몸동작으로 밥 ․ 국 ․ 찌개 ․ 반찬 들이 만들어지고 행자들은 그릇을 깨끗이 닦아 스님들의 공양을 위해 상차림을 시작한다. 상차림이 끝나면 6시에 아침공양 시간을 알리는 대종을 타종하고 스님들의 공양이 끝나면 행자들이 공양을 시작한다.
설거지를 끝낸 후 7시 정각에 울력 목탁을 치고 대중스님과 함께 도량청소를 1시간 가량 실시하고 오전 10시까지 정진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1시간 정도 오후에 학습할 초발심자경문과 사경 예습을 실시하고 휴식시간을 갖는다.
오전 10시(사시)가 부처님께서 공양을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를 사시마지(불공)라 칭한다. 이때 행자들은 불기를 정성스럽게 닦아서 마지를 담아 법당 부처님 전에 올리고 삼배를 한다.
사시마지(불공)가 끝나면 점심 공양준비를 한다. 아침공양과 마찬가지로 스님들의 공양을 위해 깨끗하고 정갈하게 상차림을 준비하고 오전 11시 30분 공양시간을 알리는 대종을 치면 스님들께서 모여 공양을 시작한다. 스님들의 공양이 끝나면 행자들도 후원에서 오관계를 마음에 새기며 점심공양을 시작한다.
설거지를 마친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오후 1시가 되면 강의 준비를 마치고 교무 스님의 초발심자경문 강의가 시작된다. 초발심자경문이란 보조 스님의 계초심학인문,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 야운 선사의 자경문으로 구성된, 처음 출가하여 수행하는 학인을 위한 지침서이다. 강의 시간은 하루 1시간 정도 실시하며 학습이 끝나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정진 및 운력 시간이다.
이 시간은 대체적으로 요사체나 별당, 객실 등 방청소를 실시하는 시간으로 일주에 2~3회 정도 번갈아가며 청소한다. 왜냐하면 전각들과 요사체가 많아서 하루에 전부 청소하기가 힘겹기 때문이다.
청소를 마치고 여유시간이 있을 때는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휴식도 취하며 자유시간을 갖는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저녁공양 준비를 한다. 오후 5시 정각에 공양을 알리는 대종을 치고 스님들의 공양이 모두 끝나면 6시에 저녁 예불이 시작된다. 먼저 법당에서 저녁 종송을 시작으로 법고, 목어, 운판, 대종의 순서로 사물을 치고 법당에 들어가 앉아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무릎꿇고 앉아 눈을 감고 오늘 하루의 일과에 대해 잘못한 점은 없는지 명상과 함께 참회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저녁 예불을 드린다.
예불이 끝나고 108배를 하며 업장 소멸을 위해 참회정진한다. 108배가 끝나면 법당 정리를 하고 문단속을 한 뒤 저녁 9시까지 학습 및 정진 시간이다. 이 시간은 먼저 오후에 배운 초발심자경문 학습내용을 복습한다. 또한 염불 공부도 하고 불교 기초교리와 초발심자경문 사경 및 간경 시간이다. 행자 각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서로 공부하는 내용이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면 갓 들어온 신입행자인 경우 예불문 반야심경 무상계부터 외워야 하고 천수경 삼보통청 관음시식의 경우 입산한지 3개월 이상이 지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녁 9시가 되면 삼경을 알리는 대종소리와 함께 하루의 일과가 모두 끝나게 된다. 이후 세면과 목욕을 하고 잠자리 준비를 한 뒤 오늘 하루 일과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내일도 뜻깊은 수행생활이 되기를 기원하며 마음 속으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불법 만나기도 어렵고, 불법을 만나더라도 스님 되기 어렵다’고 했거늘 어찌 쉽게 행자 생활을 할 수 있는가! 진흙탕물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듯이 힘들고 어려운 행자생활을 겪고 나면 존경받는 인천의 스승인 스님이 될 수 있다는 일념아래 스님이 되어서 성불하는 그날까지 수행정진할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편안한 잠자리에 든다. 내일도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는 부푼 가슴을 안고서.
글. 한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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