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스님…”
새벽 5시나 되었을까, 조심스레 부르는 소리가 있어 꿈인가 생시인가 하면서 불을 켭니다. 소리가 나는 바깥을 향해 목청을 돋우어 묻습니다.
“누구세요?”
“아무개 엄만데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책 출판 문제로 새벽까지 상정 님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고 잠들었던 저는 휘청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가누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방문을 나섭니다.
마당에 엎드려 이분들을 주시하고 있던 나무가 달려옵니다.
“어서 오세요. 일찍 오셨네요. 차실로 갑시다.”
차실로 모시고 들어왔더니 어머니는 절을 하시며 눈물을 보이십니다. 맞절로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습니다. 아버지는 무작정 도와달라는 말씀부터 하십니다.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스님을 찾아뵈려고 밤 12시 반에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경비실 앞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차를 우려냅니다.
“차를 드시면서 몸도 마음도 녹이세요.”
차를 마시며 그분들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분들의 말씀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미소당에 자주 드나들던 딸이 출가하고 싶다는 말을 어머니께 가끔 했었는데, 대학 졸업을 앞두고 첫 직장에 처음 출근하는 날 사라졌다는 겁니다. 물론 핸드폰을 꺼둔 채. 부모님은 관음암에 함께 다녀갔던 친구를 통해 제 연락처를 아셨답니다.
“출가를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떠나는 건 아니다 싶습니다. 그 애가 있는 곳의 연락처를 가르쳐 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출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제가 좋은 스님을 소개해 줬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딸이 선택한 것이어서 소개해 준 곳을 알려드릴 수는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는 말씀드렸습니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했습니다. 나이가 들고 대학을 졸업할 정도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신이 판단하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으니까 결국 딸이 원하는 대로 될 겁니다. 하지만 출가는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떠나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요. 설령 동의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미리 출가 사실을 말씀드렸어야 했습니다. 부모님 동의를 받지 않거나 미리 말씀드리지 않은 건 잘못이니까 제가 연락해서 부모님을 찾아뵙고 동의를 얻게끔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러니 댁으로 돌아가셔서 기다리십시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딸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지만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리겠노라고 말씀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십니다. 밤새 달려오셔서 무척 피곤하시다는 걸 짐작하는 터라 눈을 좀 붙이고 낮에 가시라고 권합니다. 그분들은 저의 권유를 마다하시고 부산을 향해 먼 길을 떠나십니다. 떠나는 차 뒤를 바라보는 저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출가를 꿈꾸시는 여러분!
여러분이 원하시는 건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출가하시기전에 부모님께 자신의 꿈과 이상을 설득하시려는 노력을 먼저 하시기 바랍니다.
글. 한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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