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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마음을 가만 살펴보면
참 재미있는 일이 많기도 합니다.
한도 끝도 없이 변덕을 부리니 말입니다.
이 마음이란 놈은., 참으로 정신없이 분주합니다.
들떠 있고., 그러다가 또 축 처지고...
울다가 또 금세 다시 웃고,
행복했다 괴로워하고...
하루에도 수 십, 수 백 번씩 죽끓듯 변하니 말입니다.
특히나 요즈음의 우리 마음을 가만 살펴보면
혼침(昏沈) 아니면 도거(掉擧),
그 양극단으로 마음이 많이 쏠리는 듯합니다.
혼침이란,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혼미하게 하며
축` 처져있는., 의욕이 사라진 마음상태입니다.
도거란,
마음이 들뜨고 소란스러워 흥분되어 있는
그런 마음상태를 이릅니다.
수행자는 이 두 가지 극단의 마음을
잘 다스려 조복(調伏)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늘 들떠 있으면...
마음을 관할 수 없게 되며, 나를 놓치고 살기 쉽고,
또한 가벼워지기에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늘 처져 있으면...
허무주의에 빠져 세상 모든 것이 우울해지거나,
마음이 너무 무거워 또한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혼침과 도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린 참으로 이 두 가지에 많이 빠져 지냅니다.
이를테면 일 끝나고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데서 마음이 들떠 신나게 놀다가
이내 집이나, 자취방으로 돌아오면
괜히 마음이 외로워지고 공허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루의 일과 속의 마음이
성난 파도처럼 이렇듯 크게 흔들리게 되면,
그만큼 내면을 관찰하는, '참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신나게 놀며 술을 한 잔 할 때도...
늘 수행자는 마음을 관하기에 크게 들떠 있을 것이 없고,
홀로 있는 외로운 때라도 크게 가라앉을 노릇은 아닙니다.
작은 칭찬에 기분이 좋아 마음이 들떠 있다가도
작은 비난에도 금세 토라져 마음이 가라앉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칭찬에 금세 흥분하고 들뜨는 사람일수록
비난에도 크게 가라앉고 흔들리는 법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칭찬과 비난 앞에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일이 잘 풀린다 싶으면 들떠 마음이 가벼워지고
일이 조금 막힌다 싶으면 축` 처져 마음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수행자는 모름지기 일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할 줄 알아 겸손함을 잊지 말며,
막힐 때를 잘 녹일 줄 알아 어떤 막힘 속에서도
당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혼자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기 쉽고
여럿이 함께 있으면 들뜨는 마음이 큽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혼자 있어도 즐거울 수 있고
여럿이 함께 모여 있어도 마음은 고요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혼침이 조금 심해진다 싶으면...
아무 이유없이., 가라앉아야 할 이유도 없이
혹은 들뜨고 싶은 마음에 애써 즐거운 일을 만들어 보아도
여전히 마음의 한 구석은 돌이키지 못할 혼침에 가라앉기도 합니다.
아무리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생기더라도...
혼침의 늪에 한참 빠져 지낼 때면 세상일이 다 귀찮고 짜증스러우며
간간이 삶의 의미에 대해 허무적인 결론을 짓기도 합니다.
도거가 조금 심해질 때면...
무슨 일을 하든 들뜨는 마음으로 일을 하며,
우울하고 가라앉을 때에도 마음에선 애써
들떠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힙니다.
들떠 있는 마음이 삶의 바른 모습인 듯 여겨지며,
자신의 최대의 강점이 늘 들떠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들뜬 마음이 밝은 마음이며,
행복한 마음이라 착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은 행복하다 여기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도거의 늪에 깊이 빠져들어
속병을 앓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건강한 삶, 건강한 마음에선...
즐거울 때 즐거워 할 줄 알고, 괴로울 때 아파 할 줄 알며,
그 '때'가 다하면 빨리 제자리를 찾을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떤 때라도 목석처럼 무덤덤하기만 해서도 안 될 것이며,
잠시의 행복과 불행에 계속 마음이 머물러 있어도 안 될 것입니다.
즐거워도 크게 즐거운 줄 모르고,
괴로워도 크게 괴로운 줄 모르며..,
혹은 즐거울 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호들갑스레 즐거워하고
괴로울 때 깊은 나락에 빠져들어 삶을 비관한다면
'혼침'과 '도거'의 늪에 내 마음의 주인자리를 내주는 셈이 됩니다.
하루에도 수 십, 아니 수 백 번씩
이렇게 우리 마음은 '혼침'과 '도거' 속을 오락가락하고 삽니다.
들떠 있다가 금세 가라앉고., 울다가 웃고,
우울했다가 금세 벅차 오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마음이 정신을 못차리는 것도 당연한 노릇입니다.
들뜨기, 아니면 가라앉기...
그것이 우리네 중생들 살아가는 부끄러운 모습들입니다.
그러나 참된 수행자는...
그 양극단 어디에도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없습니다.
어느 마음도 고정된 실체가 없는 마음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잠시 그럴법한 인연이 모여
들뜨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는 것임을,
신기루와 같고 환영과 같고 꿈과 같은 현상임을 잘 알고
현명하고 밝게 대처해 나갑니다.
가만히 관해보면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혼침'과 '도거'가 가지는 되도 않는
헛된 비실체성에 대해서 말입니다.
본래 우리의 마음은 들뜸도 아니요 가라앉음도 아닌
'고요함', '평화로움', '맑음', '오직', '순수' 그 자체라고 합니다.
다만 인연따라 크게 흔들리는 외부적인 경계들이
순간 순간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그 변화하는 순간들에 우리 마음까지 빼앗겨 버리니 문제인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외부적인 경계는 '그냥' 경계일 뿐입니다.
단지 하나의 현상, 상황일 뿐입니다.
우리 마음이 놀아나지 않아도 될,
그저 바람이 불다가 잔잔해지고 파도가 치고 가라앉듯...
그냥 그런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바람이 분다고 화를 낼 것도 아니요,
잔잔해졌음에 기뻐할 일도 아니듯..,
외부적인 상황은 그냥 상황일 뿐,
우리 마음 속을 뒤집어 놓을 만한 그런 것들은 아닙니다.
우리 마음이 그 상황에 빠지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머물러 있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잠시 흔들리더라도 머물지 않음에...
크게 괴롭거나 즐거워 할 일도 아닙니다.
'혼침'과 '도거'라는 마음은
실체가 없기에 붙잡을 수 없습니다.
붙잡을 수 없으니 얽매여 괴로워 할 필요도 본래 없는 것입니다.
내 스스로 가라앉고 들뜨는 마음의 기준을 잡고는,
스스로 얽매이는 것입니다.
애써 실체 없는 마음에 이름을 지을 일은 아닙니다.
그러니 수행자라면...
늘 혼침과 도거, 이 양극단의 마음을 마땅히 경계할 노릇입니다.
실체가 없는 현상에 마음을 빼앗기는 어리석음을 경계할 일입니다.
하루 생활 가운데 얼마만큼 들뜨기와 가라앉기로
마음을 내몰고 있는가를 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중도, 여여(如如)하고 여일(如一)한 마음,
순일한 마음, 부처님 마음을 연습하시길 빕니다.
마음을 관하고, 세상을 관하며...
나와 주위의 경계를 가만히 관해보면
의외로 쉽게 '혼침'과 '도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들뜨는 마음도 불안하고,
가라앉는 마음도 불안합니다.
오직 여여한 마음, 그 마음이...
우리의 내면을 바로 깨어있게 해 줍니다.
수행자는...
그냥그냥, 그저그저, 그렁저렁 삽니다.
(젊은 법사의 불교이야기 제 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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