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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은...
흔들리는 바람 앞에 마구 흔들리는 깃발처럼
다가오는 온갖 경계들 앞에 마구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평생 동안 경계 따라 흔들리는 것이
우리네 사는 모양입니다.
힘겹고 괴로운 경계가 다가올 때
울고불고 괴로워하며 답답해 어쩔 줄 몰라 하고,
즐겁고 행복한 경계가 다가올 때
웃고 즐거워하며 한없이 행복에 겨워합니다.
바람 앞에 흔들리는 깃발은...
바람의 방향이며 강도에 따라 쉼없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깃발은 그렇게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깃발을 지탱하고 있는 깃대는 늘 그 자리에서 고요합니다.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이 고요하며 당당합니다.
그러나 깃대 또한 대지에 얕게 꽃혀 있다면
어느 정도의 바람은 이겨내겠지만
거샌 바람 앞에서는 뿌리가 뽑혀 나가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뿌리가 깊게 내린 깃대는 뽑히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얼마만큼 내면의 뿌리를 깊고 견고하게 내리느냐에 따라
경계에 흔들리는 정도는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마음의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으면
그 어떤 외부의 경계가 다가와도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것이 수행자의 맑고 당당한 마음입니다.
참된 수행자의 경계는...
참으로 경계 앞에 서야 여실하게 드러나는 법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모두가 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경계 앞에 서면 참된 맑음, 참된 수행자의 실상이 드러납니다.
맑은 물 한 컵과 흙탕물 한 컵을
한 동안 가만히 놓아 두면
양 쪽 다 모두 맑게 보여집니다.
그러나 막대로 휘저어 본다면
맑은 물은 그대로 맑지만
흙탕물은 온통 더러워지게 마련입니다.
가만히 명상해 봅시다.
우린 과연 어느 쪽인가 말입니다.
외부에서 그 어떤 경계가 나를 휘젓더라도
그대로 맑음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아니면 경계 따라 마음이
천차만별로 흩어지는지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수행자라 하더라도
후자 쪽일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또다시 괴로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계 없는 인생은 없으며
경계에 닥쳐 '욱'하는 마음이 올라오지 않는 이는 없습니다.
제 아무리 수행자라 할지라도
경계가 닥치면 과거 업식따라 마음은 동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행자와 비수행자의 경계를 대함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수행자는 그 어떤 경계라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주장자가 깊게 뿌리내려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경계라도 마땅히 바르게 녹여 낼 수 있습니다.
경계를 대함에 마음에서 올라오는 분별심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내면에 뿌리깊게 내려져 있는 맑은 한마음 주장자로써
경계를 대하기 때문입니다.
경계를 밝게 선 마음의 주장자로써
밝게 녹여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갖 경계라도
내면의 본래면목 자리에 넣어 녹일 수 있습니다.
일체 그 어떤 경계라도 붙잡는 법이 없습니다.
오직 마음에 세운 모양 없는 주장자를
잡음없이 굳게 부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일체를 잡지 않고 다 놓아버릴 수 있는 힘이 나옵니다.
방하착(放下着)의 밝은 실천 수행력이 나오는 것입니다.
깊게 뿌리 내린 나무가
아무리 큰 폭풍우에도 결코 흔들림이 없듯
수행자의 내면에 뿌리내린 마음의 주장자가
굳고 깊을수록 아무리 큰 경계에도
결코 흔들림 없이 녹여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의 주장자를 잡고 있다는 것은
내면의 밝은 참나에 대한
우직하고 굳은 믿음을 가진다는 말일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일의 중심은 오직 내 안에 있음을
내 안에 밝은 깨침의 부처님 종자가 있음을
온전히 믿는다는 말일 것입니다.
마음에 중심이 세워진 자는
언제나 고요하며 자유롭고 당당합니다.
그 어떤 경계를 당하더라도 여여할 수 있습니다.
설령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더라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뿌리내려진 마음의 주장자,
부처님 생명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생사에 따라 마음의 주장자가
나고 죽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어떠합니까.
마음의 중심이 온통 경계에 따라 놀아납니다.
직장 상사의 비난에 마음을 빼앗겨 괴로운 마음을 내었다가,
친구들의 이기적인 마음에 마음을 빼앗겨 성내는 마음을 내었다가,
돈에 마음이 빼앗겨 많고 적음에 따라
행복, 불행의 마음을 만들어 내고,
지위의 높고 낮음에 마음이 빼앗겨
상대방을 높고 낮은 상(相)으로써 대하며,
이성에 마음이 빼앗겨 집착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만들며...
그렇게 그렇게 온갖 경계에 마음을 빼앗기고 살아갑니다.
이렇듯 마음의 중심이 서지 않으니
인연 따라 다가오는 경계를 집착하여
마음의 중심이 외부의 경계에로 옮겨 붙게 되고
그럼에 따라 경계와 마음이 인연되어
또 다른 업식의 어두운 마음을 만들어 냅니다.
경계따라 괴롭다거나, 성낸다거나,
탐낸다거나 하는 등 말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주장자 밝게 선 수행자는
경계의 허망(虛妄)한 실체를 바로 관(觀)하고,
내 마음의 중심을 굳게 세우고 있으므로
외부의 경계에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수행자는 이와 같아야 합니다.
마음의 주장자 밝게 서 있다면
두려울 것도 없고, 괴로울 것도 없고,
그렇다고 즐거운 마음에 크게 들떠 있을 것도 없습니다.
오직 관심의 대상은 외부의 경계가 아닌 내면이기에
경계를 대함에 경계를 탓하지 않고
내면을 채찍하고 내면을 다스릴 뿐입니다.
이런 밝은 수행자에게 경계는
오직 내 마음 닦는 수행재료일 뿐입니다.
마음의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합니다.
헛되이 마음이 경계에 놀아나선 안됩니다.
마음의 주장자를 잡고 사는 수행자는
어리석은 중생의 마음을 닦아 부처가 되려는 이가 아닙니다.
바로 부처님 생명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마음의 주장자 밝게 서게 되면
말 한마디가 부처님 말씀이 되고
행동 하나 하나가 부처님 행동이 되며
한 생각 일으킴이 부처님 생각이 되는 것입니다.
일체의 경계를 어느 하나 잡지 않고
참나 근본자리에 넣고 녹이며 살아가기에,
일체를 밝으신 부처님께 바치고 공양올리며 살아가기에,
부처님께로 다 일임하며 살아가기에
'나'가 붙을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어리석고 좁은 소견으로써의 '나'가 없으니
'전체로서의 나' 즉 부처님으로써 살아가는 것입니다.
(젊은 법사의 불교이야기 제 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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