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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나에게 와서 머리를 깎을 때 부모님이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소. 부모의 은애(恩愛)는 산처럼 높고 크니 그대를 보내는 그 마음이 어떠했겠소. 그대는 그러한 부모의 은혜를 알았거든 부지런히 정진하고 수행하되 마치 머리에 불이 난 것처럼 해야 할 것이요, 만약 그대가 명리(名利)를 구해 도를 소홀히 하면 그것은 무간지옥에 갈 업을 짓는 것이오.
인간으로서 그 누가 영생(永生)할 것인가. 가여워라, 뜬 목숨은 한 순간의 호흡 사이에 있소. 그러므로 우리 세존께서는 왕의 지위도 버리고 왕궁을 떠났소. 산에 들어가 6년 동안 고행할 때에는 눈썹에는 거미가 줄을 쳤고, 어깨 위에는 새들이 집을 지었소. 갈대 촉이 무릎을 뚫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으니, 이 어찌 털끝만큼이라도 명리가 있었으랴.
그대가 지금 그러한 행동을 배운다면 부모는 물론 구족(九族)이 함께 천상에 날 것이지만 만약 출가 사문의 교훈을 어기고 머리만 깎은 속인이 된다면 스스로 부모를 안고 무간지옥에 떨어지리라.
태고보우(太古普愚) : 고려 말기의 고승. 13세에 득도하여 26세에 화엄선(華嚴選)에 합격했다. 1346년 중국에 가서 석옥(石屋)의 법을 잇고 우리나라 임제종의 초조(初祖)가 되었다. 후일 공민왕이 왕사(王師)로 삼았고 신돈(辛旽)이 죽은 뒤에 국사가 되었다. 저서에『태고화상어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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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