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비록 12부의 경전을 낱낱이 기억한다고 해도 그것은 하루 동안 번뇌가 없는 학문을 익히는 것만 못하다.” 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참으로 진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모든 부처님이나 조사들이 주고받은 묘한 이치는 문자나 언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이나 조사들이 큰 자비심을 내어 중생의 근기에 따라 문자나 언어를 썼지만 그 문자나 언어는 오로지 중하(中下)의 근기를 위해 방편을 쓴 것이며, 그것은 곧 마음을 가리킨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인(學人)이 만약 그 방편을 진실한 법이라 생각하여 버리지 않는다면 어찌 큰 병이 아니겠습니까? 비유하자면 가난한 아들이 부모를 버리고 집을 나가 여관 등지에서 살면서 그것이 제 집인 줄 안다면, 결국 제 집을 잃을 뿐만 아니라 언제 집에 돌아갈 날이 있겠습니까? 슬프고 애석하구나! 어리석은 이들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이나 조사들의 말씀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키는 방편임을 알고, 과거에 배우고 이해한 문자와 언어를 한 칼로 두 동강을 내었으니 마땅히 마음을 참구하여 생사를 끊어버리는 큰 일을 성취하십시오.
사람의 마음이란 지극히 미묘하여 언어로써 나타낼 수 없고, 생각으로써 얻을 수도 없으며, 침으로써도 통할 수 없는 것이니, 그저 언제고 그것만 참구하여 조금도 어둡지 않으면 저절로 깨칠 날이 올 것입니다. 단지 화두만을 분명하고 또렷하게 밝혀서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일체의 행동 가운데서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 나가면 마침내 힘을 얻어 좋은 때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디 무지한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고 모름지기 선지식을 만나 세밀하게 공부를 하십시오. 이것이야말로 대장부의 평생 사업입니다.
태고보우(太古普愚) : 고려 말기의 고승. 13세에 득도하여 26세에 화엄선(華嚴選)에 합격했다. 1346년 중국에 가서 석옥(石屋)의 법을 잇고 우리나라 임제종의 초조(初祖)가 되었다. 후일 공민왕이 왕사(王師)로 삼았고 신돈(辛旽)이 죽은 뒤에 국사가 되었다. 저서에『태고화상어록』등이 있다.
|
선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