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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시대에 라대경(羅大經:1195~1252?)이 편집한『학림옥로(鶴林玉露)』제 6권에「도(道)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 아래 어떤 비구니 스님의 오도송(悟道頌)을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盡日尋春不見春, 芒鞋踏遍롱頭雲, 歸來笑撚梅花嗅, 春在枝頭已十分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녀도 봄을 찾을 수가 없어라.
짚신이 다 닳도록 롱두산 꼭대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매었지만 봄을 찾아 볼 수가 없었네.
지쳐서 돌아와 우연히 뒤뜰을 거닐다가 매화꽃이 미소 띠고 있음을 보고,
봄이 벌써 매화나무 가지에 가득히 차 있음을 알 수 있었네.
여기에 롱두산(롱頭山)은 중국 협서성과 감숙성의 경계에 있는 롱산(롱山)을 말한다. 이렇게 멋진 깨달음의 시를 읊은 비구니 스님에 대해선 자세히 알 수는 없다. 밖으로 멀리 나가 봄(道)을 찾아 무척 많은 세월을 헤매다가 지쳐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우연히 자기집 정원을 거닐다가 매화나무 가지에 꽃이 피어 방긋이 웃고 있음을 보고 봄(道)이 여기 온 누리에 벌써 꽉차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이다.
『종용록(從容錄)』에도「풀밭에 봄밫이 가득차 있지만, 손으로 만져볼 때 더욱 더 봄을 직접 느낄 수 있다.(百草頭上無邊春, 信手拈來用得親)」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봄이 되어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만가지 꽃에 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봄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생김새나 모양,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는 각자가 자기 손으로 풀과 꽃들을 직접 만져봄으로써 더욱더 봄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즉, 진리인 도(道)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 우리들의 눈앞에 가득차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우리들은 멀리 밖에서 구하려고 하고 있다. 도(道)를 밖에서 구하려 하지 말고 자기의 마음 속에서 그러한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선불교에서는 진리(道)를 멀리 밖을 향해서 추구하려고 하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질책한다. 진리는 밖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만법의 근원인 자기의 마음(佛性)으로 그러한 진리를 깨달음으로써 도(道)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선불교의 기본사상은 지금 여기 현재의 현실 속에서의 자기 비판과 끊임없는 자기 반성을 통하여 자기의 평상심(佛性)인 근원적인 주체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순간이라도 항상 자아의 주체를 잃지 말고, 평상심으로 편안하게 살아가며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생활 그 전부를 자기의 진실된 삶으로 엮어가는 생활정신이 선불교의 실천사상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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