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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禪門)에 이런 말이 있다. “욕득친절(欲得親切)인댄 막장문래문(莫將問來問)하라.” 즉 공부에 친절처(익숙함)를 얻고자 하려면 이렇게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고 또는 어떻게 물어야지, 이런 따위로 말만 배우는 학어자(學語者)가 되지 말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이런 구두선(口頭禪)은 제법 뜨끈뜨끈한 화장막 속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행자(行者)가 법사를 따라 부처님께 침을 뱉으니 법사가 말했다. “행자는 버릇이 없구나. 왜 부처님께 침을 뱉는가?” “부처님 안 계신 곳을 보여주시오. 거기다 침을 뱉겠소.” 법사가 대답이 없었다. 위산(山靈祐,771~853)스님이 말하되 “어진 이는 도리어 어질지 못하게 되었고, 어질지 못한 이는 도리어 어질게 되었구나” 이 말을 음미해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말이다. 앙산(仰山慧寂,803~887)은 법사를 대신해서 말하되, “그저 행자에게 침을 뱉으라” 했다. 또 말하되 “행자가 무어라 하거든 그에게 말하기를 ‘나에게 행자가 없는 곳을 보여 보아라’ 하리라”
어떤 중이 명부(冥府)에 들어가서 지장보살을 만났는데 지장보살이 물었다. “너는 평생에 무슨 업을 닦았는가?” “법화경을 독송하였습니다.” “그만 두어라, 말하지 말라. 나의 법은 묘하고 생각키 어렵다 했으니, 이것은 말씀하신 것인가 말씀하시지 않은 것인가?” 중이 대답이 없었다. 귀종유(歸宗柔)가 대신 말하되, “이번엔 인간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퍼뜨릴 말씀을 일러 주십시오”
유우단(劉禹端) 공이 비 오는 것을 보고 선운거(先雲居) 화상에게 물었다. “비가 어디서 옵니까?” “단공이 물으시는 곳에서 옵니다.” 운거가 다시 단공에게 물었다. “질문(問)이 어디서 왔습니까?” 단공이 말이 없었다. 이에 어떤 노숙이 대신 대답했다. “아까 무어라 했던가?” 귀종유가 따로이 말하되 “화상께서 두 번 세 번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선문답을 주고받으면 평소에 느끼지 못하던 묘한 맛을 느끼게 한다. 정곡을 찌르는 일종의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열심히 정진하여 얻은 견처(見處)가 없이 한 말은 말로 끝난다는 데 있다. 어떤 이는 선문답을 ‘묻지 않는 질문’이라고 한다. 의심스럽다거나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묻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건드려 보는 것이다.
예전에 고령산(古靈山)의 신찬(神贊) 선사는 고향인 복주(福州) 대중사(大中寺)로 출가하여 행각하다가 백장(百丈懷海,749~814)선사에게 참예하여 그의 법을 잇고, 다시 본사(本寺)에 찾아왔으나 스승이 아직도 종일 경전만 외우는 것을 보았다. 어느 날 스승과 목욕을 함께 하면서 말했다. “법당은 좋은데 부처가 영험이 없구나”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영험이 없는 줄 알았더니 방광은 곧잘 하네”라 하니, 마침내 스승이 법문을 청함에 선사가 말했다. “신령스런 광명이 홀로 밝으니 감관과 경계를 훌쩍 벗어났도다/ 몸 그대로 참된 모습 드러내니 문자에 얽매이지 않는구나/ 마음 성품은 물들지 않아서 본래로 자연히 원만히 이루어졌나니/ 다만 잘못된 인연만 여의면 곧바로 부처가 되리라”하니 은사가 비로소 깨달았다는 고사는 너무도 유명하다.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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